
‘9만 5185명’.
인구감소지역인 경북 영천의 지난해 인구수다. 2024년 최초로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영천의 평균 연령은 53세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한중엔시에스는 이곳을 터전 삼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김상균 한중엔시에스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 절반이 영천에서 태어나 자랐다.
김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는 회사 모태인 자동차 내연기관 사업을 완전히 접고 수냉식 ESS 제조사로 변신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늘어나는 글로벌 ESS 수요에 적극 대응해 조 단위 매출을 내는 회사를 만드는 초석을 쌓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올해 본격적으로 2세 경영자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오너 경영의 강점을 살려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2차 협력사였던 한중엔시에스가 신사업에 뛰어든 때는 2021년이다. 당시 800억원대 매출을 내던 이 회사는 원가 상승과 단가 인하 압박이라는 이중고가 맞물려 2020년 적자 전환하는 위기를 겪었다.
때마침 ESS 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사를 물색하던 삼성SDI가 공동 기술 개발을 제안하면서 기존 사업을 재편할 기회를 잡았다.
김 사장은 “주력 제품인 자동차 공조 장치와 ESS 냉각 시스템 제조법이 유사한 데다 본사가 삼성SDI 울산 공장과 가까운 게 장점이 됐다”며 “수익성과 관계없이 꾸준히 다져 온 연구개발(R&D) 성과를 인정받으며 미래 성장성이 큰 사업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수냉식 ESS 냉각시스템을 양산해 기술 격차를 벌렸다. 전 세계를 놓고 봐도 중국 기업 한두곳만 구현할 수 있는 이 기술은 기존 공냉식보다 전력량을 40% 줄일 수 있다.
ESS를 구성하는 각 모듈의 온도 편차도 ±10도에서 ±3도로 낮춰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극한의 온도와 습도에서도 결로로 인한 ESS 화재 가능성을 차단하는 스마트 공조(HVAC) 기술을 상용화하는 등 계속해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R&D에 매진하고 있다”며 “최근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목받는 셀투팩(배터리 셀을 팩에 바로 조립하는 방식)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 쿨링 플레이트도 이미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설비에 대해 그는 “전 공정을 내재화해 고객사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 고객사인 삼성SDI를 비롯해 스텔란티스,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장과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어 밀착 협력이 수월하다.
김 사장은 “미국이 지난해 자국 ESS 시장의 90%를 점유한 중국 기업을 상대로 고관세 정책을 강화하면서 사업 기회가 많아졌다”며 “전 공정을 현지화해 텍사스와 댈러스 등에 있는 고객서비스(CS) 지사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ESS를 주축으로 전기차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7년부터 전기차용 쿨링 플레이트를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까지 제품 개발을 마친 뒤 전용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오공대 산업경영공학과와 기계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 캘리스쿨 MBA 학위를 취득한 김 사장은 2017년 평사원으로 한중엔시에스에 입사했다. 태생이 ‘공돌이’인 그는 아버지인 김환식 대표의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해 국제재무분석사(CFA)를 따는 등 홀로 경영 지식을 쌓았다.
김 사장은 “가업을 이어 회사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후계 경영 말씀이 없는 아버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바닥부터 쌓은 경험이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2024년 매출 1773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창사 최대 매출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가 흐름도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12월 29일 1만 200원에 거래된 이 회사의 주식은 지난 26일 4만 8750원(KRX 기준)으로 378% 증가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ESS와 전기차 사업만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실상 회사가 전 재산이라는 마음으로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영천=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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