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 일방적인 의존이 아니라 공동 책임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명확한 현실 인식과 공정한 부담 분담은 억제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한국이 북한은 물론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에 적극 동참하라는 의미로, 한·미동맹의 역할 전환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콜비 차관은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의 핵심 외교·안보 당국자를 만나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에 북한 방어의 주된 책임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한국이 자체 대응하기 어려운 북한 핵 공격 등을 방어하기 위한 핵우산 제공 등 확장 억제 지원은 유지하겠지만 재래식 방위의 주도적 역할은 한국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 전쟁부는 지난 23일 콜비 차관이 작성을 주도한 새 국방전략(NDS)을 통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는 나라”라고 명시했다.
콜비 차관은 이날 특히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기여 확대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도, 중국을 지배하려 하지도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방위전략은 중국의 영향력 견제를 목적으로 한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에서의 ‘거부에 의한 억지(deterrence by denial)’를 핵심으로 한다고 전했다. 콜비 차관은 “일본·필리핀·한반도 등지에 분산된 군사 태세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을 넘어 대중 견제까지 넓히겠다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콜비 차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안 장관과 만나 한반도 안보 정세와 핵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국의 국방비 증액 등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회담이 끝난 뒤 “양측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위한 협력이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군 주도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 군사동맹을 한층 격상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향후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콜비 차관에게 “한국군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구현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콜비 차관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도 만나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콜비 차관이 조 장관과의 조찬 회동에서 한국이 모범동맹으로써 자체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 한반도 방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호혜적·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도출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핵잠 협력은 한국의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동맹에도 기여하는 협력인 만큼 양국 실무차원에서 조속히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도출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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