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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든 '신여성' 렘피카…뮤지컬로 한국 상륙한다

입력 2026-01-26 17:21   수정 2026-01-26 17:22

캔버스를 가득 채운 초록색 자동차 안.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성이 운전대를 쥔 채 정면을 응시한다. 운전하는 여성은 드물었던 시대, 그녀의 차는 무려 전설의 슈퍼카 ‘부가티(Bugatti)’다. 누구보다 뜨겁게, 주체적인 인생을 산 폴란드 여성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대표작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1929년 작·사진)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상이 담겨 있다.

렘피카의 삶을 무대로 옮긴 브로드웨이 뮤지컬 ‘렘피카’가 오는 3월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브로드웨이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공연이다. 최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만난 채브킨 연출은 “그녀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정열이 넘치는 짜릿한 느낌을 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렘피카가 실제로 부가티를 타진 않았다고 해요. 그렇지만 ‘신여성’의 개념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 그녀의 그림은 1930년대 여성 잡지 표지에 많이 실렸어요. 일하는 여성,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눠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그런 여성 말이에요.”

뮤지컬 ‘렘피카’는 전쟁과 사랑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렘피카의 86년 인생을 압축한다. 189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렘피카는 러시아 혁명과 전쟁의 포화를 피해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피신한다. 생계를 위해 붓을 들었던 렘피카는 기하학적 실루엣과 대담한 색채가 돋보이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 ‘라파엘라’를 만나 모델과 화가 이상의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

무대 위에는 화가 렘피카의 화풍이 한껏 묻어난다. 여성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작품을 배우들이 여러 포즈로 재현한다. 앙상블 안무에서도 그림 속 비대칭 구도를 찾을 수 있다. 채브킨 연출은 남성 연출가가 주류를 이루는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는 여성 연출가다. 2019년 ‘하데스타운’으로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 뮤지컬계 대표 여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렘피카 역에는 김선영 박혜나 정선아가, 라파엘라 역은 차지연 린아 손승연이 발탁됐다. 공연은 오는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NOL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에서 만날 수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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