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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청년 정치인의 명함

입력 2026-01-26 17:41   수정 2026-01-27 00:04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국민 체감상 매년 선거를 치르는 것 같다. 형형색색 각 정당을 상징하는 옷을 입은 후보자들이 돌아다니면 ‘이번엔 무슨 선거지?’, ‘선거가 왜 이렇게 많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그 후보들이 꼭 하는 일이 바로 명함 나눠주기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은, 새로 문을 연 식당이나 헬스장을 알리기 위해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금세 그 전단과 정치인의 명함은 멀지 않은 곳의 바닥 장식처럼 어지럽게 뒤엉켜 버려진다.

출마 선언 이후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정치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한 질문이 있다. “명함 하루에 몇 장이나 뿌리느냐?” 다선을 한 어떤 정치인은 하루에 2000장씩, 자신은 하루에 열 통씩 뿌렸다느니 하는 영웅담을 늘어놓았다. 이틀 동안 한 통 정도 뿌렸다고 답한 나는 질책을 받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바닥에 버려져 있던 수많은 명함이 떠올랐고, 받자마자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기 바빴던 내 과거도 생각났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시대는 분명히 바뀌었다. 접촉을 피하고 안전 반경을 존중하는 시대다. 악수조차 인색해졌고, 누군가 건네는 물건을 선뜻 받기도 부담스러워졌다. 바쁜 걸음을 붙잡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며 말을 걸고, 관심도 없는 명함을 가져가라고 하는 정치인에게 과연 몇이나 호감을 느낄까.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꼭 전해주는 말이 있다. 호감을 쌓을 방법만큼이나, 비호감을 쌓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신인으로서 인지도가 턱없이 부족한 청년들이 선거에 나설 때는 열 명의 호감보다 한 명의 비호감이 선거 결과에 더 치명적이다. 모든 주민과 만나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3초 남짓 마주치는 순간, 관심 없는 종이쪽지를 강요하며 길을 막는 ‘걸림돌’이 아니라 지나간 뒤에도 기억나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명함의 내용 역시 중요하다. 전통적인 명함 앞면에는 번듯하게 차려입고 무게를 잡은 사진과 이름이 있고, 뒷면에는 모교는 물론 각종 단체의 이름과 직책이 빼곡히 적혀 있다. 수많은 직책은 주민의 삶과 아무 관련이 없고, 사진 속 인물은 지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와 자아실현을 위해 출마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명함에 눈길이 갈 리는 만무하다.

주민들은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태도를 보고 싶어 한다. 있는 그대로의 얼굴과 공복으로서 적합한지 알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건네느냐가 그 사람이 꾸려나갈 정치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명함은 자신을 과시하는 종이가 아니라, 주민의 삶 앞에 고개를 숙이는 방식이어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의 명함이 잠시라도 눈길을 머무르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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