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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노동 특수…대형로펌, 年매출 4조 돌파 '최대'

입력 2026-01-26 17:18   수정 2026-01-26 17:19

국내 대형 로펌이 최근 2년 사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노동·공정거래·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기업 규제 강화로 로펌 자문·송무 수요가 급증한 데다 인력 확충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결과다. 특히 법무법인 태평양이 6년 만에 2위를 탈환하고, 세종이 19년 만에 3위에 올라서는 등 선두권 로펌 순위가 요동쳤다.
◇ 규제 확대가 부른 로펌 호실적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제외한 10개 주요 법무법인의 2025년 매출(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은 2조5885억원으로 전년(2조3429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2024년 13.3%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태평양(4402억원), 세종(4363억원), 광장(4309억원), 율촌(4080억원)은 지난해 일제히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섰다.

로펌업계 1위인 김앤장의 매출은 1조6000억원(추정)으로, 김앤장과 10대 법무법인 합산 매출은 4조1885억원에 달한다. 2021년(3조265억원) 대비 38.4% 급증한 수치다.

로펌의 성장세는 기업 관련 규제 강화에 따른 ‘법률 서비스 특수’로 분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노동·형사 리스크 대응 수요가 상시화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제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늘면서 규제 자문과 분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해 SK텔레콤, 쿠팡 등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대응 수요도 급증했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경제가 좋아야 로펌 실적이 늘었는데 최근에는 정부 정책과 규제 강화가 로펌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치고 올라온 태평양·세종, 2·3위로
김앤장 1위 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위 5개 법무법인(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1조9966억원으로 김앤장의 추정치(1조6000억원)를 크게 넘어섰다. 매출 격차도 전년보다 1000억원가량 더 벌렸다.

2위 경쟁도 격화됐다. 태평양은 광장을 따돌리며 6년 만에 2위에 올라섰다. 최근 5년간 변호사 수를 461명(2021년)에서 598명(2025년)으로 29.7% 늘리며 안정적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5% 증가했다.

세종은 광장과 율촌을 추월하며 19년 만에 3위를 탈환했다. 세종은 2007년 광장, 2013년 율촌에 밀리며 한동안 성장 정체를 겪었지만 조세·TMT(기술·미디어·통신) 등 전방위로 인력을 확충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고, 결국 3위 자리를 되찾았다. 세종의 변호사 수는 603명으로 2021년(455명)에 비해 32.5% 증가했다. 세종은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따냈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을 앞세운 광장은 2007년 이후 2~3위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태평양과 세종에 동시에 추월당하며 4위로 밀려났다. 다만 최근 5년간 변호사 수가 13.1%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도, 매출을 16.9% 늘리며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다.
◇ 변호사 1인당 매출은 화우·율촌이 앞서
1인당 매출은 로펌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다. 김앤장을 제외한 상위 5개 법무법인의 지난해 변호사 1인당 매출은 7억3675만원으로 집계됐다. 화우는 율촌과 함께 변호사 1인당 매출 7억6000만원으로 주요 로펌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화우는 변호사를 15.4% 늘렸지만, 매출은 40.4%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비변호사 전문위원을 앞세워 금융 분야 등에서 실적 효율화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노동·중대재해·개인정보·공정거래 사건이 늘어나 인력 확보는 매출로 직결됐다. 하지만 향후 경쟁의 초점은 인공지능(AI) 활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산성이 될 전망이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는 “대형 로펌들은 이미 효율 경쟁 단계에 진입했다”며 “리걸테크 도입, 고부가가치 업무 집중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장기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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