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호주 멜버른. 유럽연합(EU)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12개국 장관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두 자유무역지대가 미국의 관세 인상,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등 경제적 위압에 맞서 공급망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CPTPP 가입을 ‘검토’만 하는 한국은 이 자리에 끼지 못했다. 외교가에서는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당신이 메뉴판에 오른다’는 우려가 나왔다.CPTPP 가입을 신청한 국가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필리핀과 아랍에미리트(UAE), 캄보디아가 추가로 가입을 신청했다. 가입 협상 중인 코스타리카, 우루과이를 비롯해 모두 10개국·지역이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관세 철폐 수준 등을 협의해 12개 회원국 모두 동의하면 가입이 결정된다. 거세지는 보호주의 파도에 맞서 상당수 국가가 CPTPP를 자유무역의 방파제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도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CPTPP 출범 3년 만인 2021년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정부 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세 철폐를 우려하는 농어민 반발에 부딪혔고, 당시만 해도 좋지 않았던 한·일 관계 탓에 흐지부지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 관계는 개선됐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실용 외교를 내건 이재명 정부는 다시 CPTPP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출범 초기 CPTPP는 관세가 중심이었다. 지금은 공급망 등 경제 안보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모여 미·중 갈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데, 못 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강대국끼리 한반도 분단을 결정한 1945년 포츠담회담에도 우리는 들어가지 못했다.
농어민 반발을 나쁘다고만 할 게 아니다. 그들을 설득할 상생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CPTPP 가입을 원하는 일본은 적극 지원 태세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좋아한다는 한국 김은 물론 쌀도 일본에 수출하는 시대다. 얼마든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늦은 만큼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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