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외환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목표 포트폴리오 조정과 자산배분 규칙 점검에 나섰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의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주가가 올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더라도 기계적 매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유도해 온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정치적 이유로 운용 원칙이 훼손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과열을 초래하고 기금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점검’ 안건을 보고받고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기금위는 최근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보다 높아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리밸런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벗어날 경우 실시하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기금위는 기금 규모가 빠르게 확대돼 리밸런싱 시행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점, 최근 국내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이 단기간 크게 변화해 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적정한 SAA 허용 범위 결정이 어려운 상황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기금위는 이에 상반기 동안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SAA 허용 범위 등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3%인 허용 범위를 ±4~5%로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를 유도해 온 이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 업무보고에서 “최근 국내 주가 상승으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고, 국내 주식 보유 한도도 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과 관련해 조심스럽지만 국민연금도 자산배분 비중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시장 충격을 이유로 리밸런싱을 유예하면 향후 조정 국면에서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들이는 리밸런싱이 증시의 쏠림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연금 운용 전문가는 “리밸런싱 유예의 조건과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규칙 기반 운용’이라는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시 국내 외환시장이 아니라 현지에서 외화채권을 발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의 해외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해외채 발행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상시적 환헤지 도입과 전략적 환헤지 비율 확대 여부는 이날 기금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기금위 관계자는 “환헤지 전략은 뉴프레임워크에서 다룰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경진/김익환/남정민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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