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눈다.' 블루밍런치의 기본 취지입니다. 크립토 씬(Crypto Scene, 블록체인·가상자산 생태계)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과 삶을 전합니다.
윤혜준 플라즈마(Plasma) 기관 리드가 크립토 씬에 발을 들인 계기는 '이드덴버(ETHDenver)'다. 이드덴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더리움(ETH) 컨퍼런스로, 매년 2~3월 미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다. 윤 리드는 맥킨지 한국사무소에서 일하던 지난 2022년 이드덴버에 처음 참석했다.
윤 리드를 이드덴버로 이끈 건 암호화폐를 향한 호기심이었다. 그는 "당시 맥킨지에서 블록체인 관련 페이퍼를 쓰면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를 위해 컨퍼런스를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이더덴버가 어떤 컨퍼런스인지도 잘 알지 못한채 무작정 덴버로 향했다"며 웃었다.
우연히 찾은 이드덴버의 에너지에 매료된 윤 리드는 커리어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크립토 씬에) 기술, 사람, 자본 등 변화를 위한 모든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드덴버를 계기로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한국행 비행기를 취소하고 뉴욕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윤 리드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 알베르'에서 만났다. 윤 리드가 대학 재학 시절 자주 찾은 카페다. 3층 규모의 대형 카페로,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 메뉴도 판매한다. 오전부터 미팅이 길게 잡혀 있었던 윤 리드와 오후 2시께 만나 늦은 점심으로 사과 햄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치아바타 사이에 얇게 썳은 사과, 햄, 루꼴라 등을 넣은 샌드위치다.

블록체인 VC부터 국부펀드까지
샌드위치와 함께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윤 리드는 이드덴버 직후 맥킨지를 나와 이지랩스(Yzi Labs·구 바이낸스랩스)에 합류했다. 이지랩스는 창펑자오(CZ) 바이낸스 설립자가 2017년 세운 벤처캐피탈(VC)이다. 윤 리드는 이지랩스에서 1년 3개월간 심사역으로 일했다.그는 이지랩스에서 인수합병(M&A)팀을 거쳐 토큰 투자팀에서 일했다. 윤 리드는 "당시 FTX 파산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며 "동시에 큰 일이 주어지고 많은 프로젝트를 만나면서 (암호화폐 산업을) 압축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기관 투자자들이 블록체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블록체인을 다루는 국부펀드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이런 움직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리드가 2023년 이지랩스를 나와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으로 향한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재무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지주사다. 윤 리드는 "테마섹은 출자뿐 아니라 유망한 섹터에 대한 '컴퍼니 빌딩'도 직접 진행한다"며 "테마섹에서 직접 빌딩에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파티오르(Partior)'"라고 했다.
파티오르는 테마섹이 2021년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SC) 등과 공동 설립한 싱가포르 기반 블록체인 결제업체다. 파티오르는 지난해 NH농협은행과 블록체인 기반 외환송금 서비스를 위해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윤 리드는 "암호화폐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던 시기에 파티오르를 빌딩한 게 도움이 됐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결제 서비스에 미칠 파급력이 뚜렷하게 보였고, 금융에 특화된 레이어1 블록체인의 필요성을 명확히 체감했다"고 말했다.

"더 빠르고 저렴한 금융 인프라 만들 것"
윤 리드가 지난해 9월 플라즈마(Plasma)로 자리를 옮긴 배경에도 파티오르가 있다. 플라즈마는 2024년 설립된 스테이블코인 전용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지난해 피터 틸 페이팔 공동설립자가 이끄는 벤처캐피탈(VC) 파운더스펀드의 투자를 유치하며 눈길을 끌었다.윤 리드는 "파티오르에서 전통금융(TradFi) 기관과 일하며 블록체인의 실용성은 결국 얼마나 돈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많은 사람이 더 빠르고 저렴하면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제대로 만들고 싶어 플라즈마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플라즈마 사무실은 영국 런던에 있다. 이에 윤 리드도 지난해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는 "(플라즈마) 동료 대부분 영국 사람이 아니다"라며 "다들 런던에 친구가 없어 주말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동료들과 운동도 하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함께 보러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크립토 씬의 매력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꼽았다. 윤 리드는 "암호화폐 산업은 기술, 트렌드 등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며 "변화의 속도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매력은 사람이다. 유독 크립토 씬에는 명확하게 자신만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과 대화하면 나의 세상도 넓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기술의 본질도 언급했다. 윤 리드는 "모든 기술의 실효성은 (이용자에게) 얼마나 더 나은 본질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비트코인(BTC) 백서의 부제처럼, 블록체인의 핵심도 결국 더 나은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지난 2008년 공개한 비트코인 백서의 부제는 'P2P(Peer-to-Peer) 전자 현금 시스템'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여담이 오갔다. 윤 리드는 인터뷰 이튿날 영국으로 출국한다고 했다. 그는 "플라즈마에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건 남편의 지지 덕분"이라며 "남편이 이해해준 만큼 런던에서의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더 치열하게 일한다"고 말했다.
윤 리드는 카페에 남아 남은 업무를 마무리한다고 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샌드위치는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윤 리드는 남은 샌드위치를 가리키며 "점심 겸 저녁"이라고 말하곤 웃었다.
본 인터뷰는 특정 식당이나 브랜드로부터 지원이나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상업적 의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블루밍런치' 코너는 인터뷰이가 선호하는 단골 식당에서 격식 없는 분위기 속 자유로운 인터뷰를 담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strong>'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