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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사면 더 오른다더니'…2조 베팅한 개미들 일냈다 [일확연금 노후부자]

입력 2026-01-27 08:00   수정 2026-01-27 12:58


84%. 최근 1년간 금(金) 가격 상승률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 상승률(15%)을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지난 26일에는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500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안전자산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연금투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일부를 금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금에 투자하기 위해 무턱대고 금은방을 찾아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금값이 앞으로도 오를지, 가장 저렴하게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사상 최고치 찍은 '금빛 랠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한때 트로이온스당 5100달러를 넘었습니다. 1년 전보다 84% 이상 오른 수준입니다. 작년 1월 말 트로이온스당 2800달러대에 그쳤던 금 가격은 3월 3000달러를 넘었고, 10월에는 4000달러마저 돌파했습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입니다.

최근 금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격한 행보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부터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란 공격 가능성까지 지정학적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대신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은 2022~2025년 4년 연속으로 연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이 100t의 금을 매입할 때마다 금 가격이 1.5~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도 금 수요를 밀어올리는 요인입니다. 미국 정부 부채가 급증하자 시장에선 ‘달러를 더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금값은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금 가격 상승세에는 불이 붙었습니다. 실제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 1년 새 9% 넘게 하락했습니다.

강동희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지정학적 대립이라는 구조적 불확실성 속에서 금은 다시 한 번 핵심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 여건 완화와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은 금 수요를 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 쓸어담는 개미들
월가에선 “올해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과 “단기적으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값이 올 상반기 6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HSBC는 금값이 올 상반기 5050달러대를 기록한 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연말 44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금값 상승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모습입니다. ETF닷컴에 따르면 ‘ACE KRX금현물’에는 최근 6개월 새 2조1104억원이 순유입됐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66개 ETF 중 순유입액 기준 3위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 기간 ‘TIGER KRX금현물’(9364억원), ‘SOL국제금’(949억원), ‘KODEX 금액티브’(930억원), ‘KODEX 골드선물’(900억원) 등 다른 금 ETF에도 대규모 자금이 몰렸습니다.

은행권에서도 금 통장(골드뱅킹) 개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2조172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9296억원)보다 12.6% 늘었습니다. 골드뱅킹은 은행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입니다.

골드바 구매 열기도 뜨겁습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달 골드바 판매액은 총 737억4300만원으로 지난달(350억587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일부 은행이 물량 부족으로 주요 소형 골드바 판매를 중단했는데도 매수세에 기름을 붓는 양상입니다.

퇴직연금 고수와 부자들도 금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고수가 많이 투자한 펀드 8위에 금 현물 ETF가 올랐습니다. 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금·보석 등 실물자산이나 디지털자산 같은 대체투자처가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명한 금 투자 방법은
그렇다면 금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은 ‘금덩이’인 골드바를 구입하는 겁니다. 실제로 고액자산가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드바 투자는 매입 단계에서 부가가치세 10%가 붙고, 5% 안팎의 세공비도 내야 합니다. 금값이 15%는 올라줘야 본전이라는 뜻입니다.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세금 부담이 덜한 방법은 ‘KRX금시장’입니다. 주식처럼 증권사에 금 투자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통해 사고파는 방식입니다. 투자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이 붙지 않는 게 KRX금시장의 최대 장점입니다. 고액자산가라면 최고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데, KRX금시장을 통한 매매차익은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좀 더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금 ETF가 있습니다. 증권사 계좌만 있다면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습니다. 다만 금 ETF의 경우 다른 ETF와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계좌에서 금 ETF에 투자할 경우 과세이연, 세액공제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에선 금선물 ETF에 투자할 수 없고, 금현물 ETF만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금현물 ETF는 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편입 비중은 최대 70%까지 가능합니다.

시중은행의 금 통장인 ‘골드뱅킹’도 초보 투자자라면 고려해볼 만한 상품입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에 맞춰 금을 구매하고 적립하는 식입니다. 자동이체 기능을 활용한 적립식 투자 등 부가서비스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 금 통장을 가입할 수 있습니다.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적립식 소액 투자가 가능합니다. 금 통장은 매매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됩니다. 금 통장에서 금을 매도한 다음 현금으로 받거나 금으로 받는 경우 기준가격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붙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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