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년제 대학 학위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가량이 교육부가 권고하는 언어능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대학이 선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유학생 선발·관리 부실이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내국인 학생들에게까지 전가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처리요령’을 통해 대학이 입학허가 심사 과정에서 유학생의 수학능력을 점검할 때 참고할 권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권고 기준은 4년제 학위과정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 또는 영어 TOEFL iBT 59점 이상이다. 다만 대학이 기준 미달자를 선발하더라도 별도 불이익은 없다. 입학 선발 권한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다.
어학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들이 입학하면서 이들과 수업을 함께 들어야 하는 내국인 학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 김모 씨(23)는 “지난 학기 팀 프로젝트에서 중국인 유학생과 같은 조가 됐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학생과 같은 수업을 들었다는 박모 씨(22)도 “유학생이 자료 조사 등 팀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성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다음 학기에는 유학생이 없는 수업을 골라 수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들이 선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면서까지 유학생을 무리하게 유치하는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충원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40년 대학 신입생 규모는 28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원(47만4000명)이 유지될 경우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58.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 대학일수록 유학생 선발 기준을 낮게 적용하면서 언어능력 기준 미충족 비율은 높아졌다. 지난해 비서울권 대학의 언어능력 기준 충족률은 41.5%로 전국 평균보다 8.4%포인트 낮았다. 반면 학생 충원이 비교적 수월한 서울 주요 10개 대학(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유학생의 언어능력 기준 충족률은 67.7%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유학생 선발 단계에서 언어 능력을 비롯한 학업 수행 의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면 유학 비자를 악용한 불법체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유학생 비자가 비교적 수월하게 발급된다는 점을 노려 입국한 뒤 학업 대신 취업에 나서는 사례는 적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유학생 대비 불법체류자 비율은 2014년 7.8%에서 2024년 11.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 유학생 출신 불법체류자는 6782명에서 3만4267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 사립대는 등록금을 내고 입학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상황”이라며 “유학생 선발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가며 골라 받을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대학 중에는 교육부가 권고하는 어학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절반까지 지급하며 유치하는 곳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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