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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무채색과 유채색

입력 2026-01-27 15:29   수정 2026-01-27 15:30

일반적으로 유채색(有彩色)은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이 색상(색 이름), 명도(밝고 어두운 정도), 채도(선명하고 흐릿한 정도)를 모두 갖춘 색을 의미한다. 흰색, 검정, 회색 등의 무채색이 명도만 가진 것과 달리 고유한 색을 가지며 섞이는 색의 종류(흰색, 검정, 다른 색)에 따라 채도와 명도가 변한다.

자동차에도 유채색은 많이 쓰인다. 하지만 실제 유채색 구매율은 매우 낮다. 바스프 등에 따르면 세계 신차 중에 34%는 흰색, 27%는 회색, 21%는 검은색이다. 세 가지 색이 80%를 넘을 정도로 지배력이 탄탄한 반면 파란색은 8%, 빨간색은 5%, 초록과 노랑도 각각 1%에 머문다. 물론 자동차 초창기 색상은 대부분 검은색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1926년 포드 T에 처음으로 갈색이 칠해지며 유채색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자동차 색상에도 반영됐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자 다시 유채색이 주목을 받았고 도로 위에 다양한 색상의 자동차가 즐비했다. 흔히 말하는 금속처럼 보이게 하는 메탈릭 색상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경제력과 자동차 색상의 관계는 2차 대전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쟁으로 초토화 된 유럽은 검은색, 회색이 선택된 반면 자원의 풍부함을 경험한 미국은 다채로운 유채색이 도로 풍경을 통째로 바꿨다. 심지어 분홍색이 등장할 정도로 색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동일 색상으로 외관과 실내를 일체화하는 트렌드도 이 시기에 나타난 특징이다. 차체는 물론 시트, 실내 카펫, 심지어 도어 패널도 같은 색을 적용했다.

유럽에서 유채색이 확대된 것은 1960년대 전후다. 전쟁의 피로를 극복하고 경제력이 회복되자 어두움(?)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강해졌고 이때부터 밝은 색을 받아들였다. 시선을 강렬하게 이끄는 오렌지 색상은 물론 진한 코발트 블루 등이 자동차에 적용됐다. 이후 1980년대에는 햇볕을 받으면 차체가 반짝거리는 펄이 채용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 무채색이 지배 색상이 됐다. 그러나 색에 투영된 이미지는 과거와 다르다. 무채색이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택 차종의 대형화도 무채색의 지배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중고차 시장에서도 무채색을 선호하니 신차 구매 때 무채색 선호 비율은 압도적이다. 대신 유채색은 남들의 시선 강탈(?) 용도로 스포츠카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된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무채색을 좋아한다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색을 만들 때 무채색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제품을 내놓을 때는 대표 색상을 선정하는데 이때 강렬한 유채색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소비자 선택율이 낮아도 계속 새로운 색상을 만들어내는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건 자율주행이 바꿀 앞으로의 색상이다. 사고가 없다면 판금 도색이 필요 없는 발광형 차체를 적용하면 된다. 마이크로 캡슐이 포함된 특수 필름을 입혀 날마다 기분에 맞춰 색상을 고를 수 있다. 실제 가능한 콘셉트가 3년 전에 이미 등장했으니 말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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