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처가 예산 사업을 스스로 평가하는 ‘셀프 평가’ 제도가 20여년 만에 사라진다. 대신 민간 전문가가 주축이 된 합동 평가단이 사업 성과를 검증한다. ‘온정주의’ 관행을 끊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새 정부 핵심 과제에 투입할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예산처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재정사업 성과관리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번 개편안은 2005년 도입된 재정 성과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뜯어고친다는 평가다. 관대화 경향이 뚜렷해진 기존 평가 방식으로는 재정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핵심은 평가 주체의 변화다. 기존에는 각 부처가 자체 평가하면 예산처가 이를 확인·점검하는 이원화된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관계 부처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로 일원화된다. 총 150명 내외로 구성되는 평가단에는 약 10%의 시민사회 인사가 포함돼 예산 낭비를 검증한다.
각 부처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과도해지자 재정당국이 평가 체계에 메스를 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재정사업 중 ‘미흡’ 등급을 받은 사업 비율은 제도 도입 초기(2009~2013년) 23.6%에서 최근(2021~2025년) 15.7%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지출 구조조정 비율 역시 12.1%에서 5.2%로 반토막 났다.
평가 등급은 기존 3단계(우수·보통·미흡)에서 4단계(정상 추진·사업개선·감액·폐지 및 통합)로 세분화된다. 성과가 부실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다음 해 예산을 삭감한다. 취약계층 지원이나 의무지출 사업이라 예산 감액이 어려울 경우, 사업 운영비를 깎는 방식으로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평가의 투명성도 대폭 강화된다. 평가 보고서와 지출 구조조정 실적은 물론, 부처가 평가 결과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을 경우 그 이유를 적시한 ‘미반영 사유서’까지 대국민 공개 플랫폼인 ‘열린 재정’에 공개해야 한다. 예산처 관계자는 “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부처가 사후적으로 결과를 뒤집거나 구조조정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근 예산처 차관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지출 구조조정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통합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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