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간이면 일찍 식사하려는 경찰이나 공무원들로 가게가 붐벼야 하는데, 이제는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4년 전 종로 청와대 인근 식당들이 겪었던 적막이 용산을 덮쳤다. 정치적 결정에 따라 권력의 중심은 짐을 싸서 떠났지만, 그 특수를 믿고 들어온 자영업자들은 덩그러니 남아 계산서를 치르고 있다. 소음은 사라졌지만, 생존을 걱정하는 상인들의 한숨 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돌아간 지 29일째인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생선구이 백반집 '대원식당' 안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한 달 전만 해도 점심 장사 준비로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이제는 텅 빈 테이블이 손님을 대신하고 있다. 4년 전 '용산 시대' 개막과 함께 들썩였던 삼각지 상권은 이제 4년 전 청와대가 떠난 뒤 종로의 '데칼코마니'가 되어가고 있다.
이곳 식당 사장은 텅 빈 거리를 바라보며 "우리 집은 그나마 버티지만, 주변 다른 가게들은 매출이 50% 이상, 적어도 30~40%는 줄었다고 아우성"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4년 전엔 청와대 쪽 상인들이 울상이었는데, 이제는 그쪽이 좋아지고 우리가 그 모습이 됐다"며 "희비가 완전히 교차했다"고 씁쓸해했다.

인근에서 6년째 영업 중인 '그린카페'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경찰들의 공백이 제일 크다. 그들은 단순한 경비 인력이 아니라 우리에겐 최고의 '큰 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경찰들은 한 번에 10잔씩 단체로 주문하고 빨리 먹고 빨리 나가는 회전율 좋은 손님이었는데, 그게 빠지니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관계자들이 눈에 안 보이게 얼마나 많이 팔아줬던 건지 몰랐다가, 다 빠지고 나니까 이제야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부지 바로 앞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 점주는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기는 일반인 상권이 아니라 철저한 공무원 상권"이라며 "공무원들이 빠져버리니 지금은 손님보다 우리 직원이 더 많아 매출이 반의반 토막 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각지역 인근 'GS25 편의점' 사장 또한 피해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찰 버스 세워놓고 도시락 까먹던 매출이 싹 빠지면서 건너편 가게는 하루 매출 150만 원 이상이 증발했다"며 "한 달이면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공중분해된 셈"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삼각지 골목상권 인근의 한 편의점주는 악순환을 지적했다. 그는 "임대료가 두세 배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보니 백반 한 그릇이 1만5000원까지 뛰었다"며 "이 가격에 누가 와서 밥을 먹겠나,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삼각지역 8번 출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용산)이전으로 올려놓은 임대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임대료만 잔뜩 올려놓고 그렇게 가버리나 싶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인들은 국방부의 본청 복귀를 유일한 '동아줄'로 여긴다. 현재 삼각지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는 오는 6월이면 국방부가 원래 청사로 돌아와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다만 정작 국방부는 "결정된 바 없다"며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국방부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6월 복귀설'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현재 상주 인원 자체는 대통령실 이전 전과 거의 비슷하다"며 상권의 기대와 달리 인원 변동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태원의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우려한다. 삼각지 골목상권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과거 이태원 상권을 무너뜨렸던 미군 부대 이전을 언급하며 "미군이 평택으로 빠질 때 이태원 상권 망했던 거 기억하느냐"며 "돈맥은 끊겼는데, 남은 건 비싼 월세뿐인 지금이 딱 그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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