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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은은 금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에 더해 산업 현장에서의 수요까지 겹치면서다. 다만 금값 대비 은값의 비율을 감안할 때 은값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보다 큰 은 상승폭

27일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따르면 은 선물 가격은 한때 트로이온스당 110달러를 넘었다. 장중에는 7% 넘게 하락하며 107달러 안팎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은값은 1년 전 30달러 선이었지만 지난해 10월 50달러를 넘었고, 12월 하순에는 70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선 100달러대에 안착했다.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동시에 작용하며 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실버인스티튜트는 2021~2025년 은 공급 부족량이 누적으로 8억2000만 트로이온스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은 생산 구조에 있다. 전 세계 은의 70~71%가 구리·납·아연·금 광산에서 부산물 형태로 추출된다. 은 가격이 아니라 구리나 납, 아연의 경제성에 따라 은 생산량이 좌우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은 가격이 급등해도 공급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 규제와 투자 위축으로 신규 광산 개발이 지연되는 점도 공급을 제한한다. 예컨대 호주의 보우든스 은광 사업은 환경 문제와 법원 판단으로 승인 취소와 재평가를 거치며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중국이 은 수출을 제한한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은 수출 라이선스 규제를 강화했으며 이 조치가 은값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전 세계 정련 은 수출의 약 60~70%를 차지한다.
반면 산업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수요는 전체 은 소비의 59.5%를 차지했다. 은은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 설비,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필수적인 소재다. 실버인스티튜트는 태양광발전 부문에서만 2020~2030년 사이 은 수요가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까지 누적 태양광 수요가 현재 알려진 은 매장량의 85~98%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역시 새로운 수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시설에선 극단적인 전력 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설계된 고효율 전기 부품, 정밀 접점, 열 관리 시스템에 은이 사용된다. 고성능 반도체와 전기차(EV)에서도 은은 핵심 소재다. 센서, 고전압 배선, 첨단 커넥터, 전력 관리 시스템에서의 사용 확대에 힘입어 전기차 관련 은 수요는 2025년에만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차량이 전동화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뀔수록 차량 한 대당 은 사용량은 계속 늘어난다.
◇“309달러 갈 수도”
은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클 위드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금속 리서치 총괄은 역사적 금·은 비율을 적용해 “2011년 금·은 비율 저점이었던 32를 적용하면 은 가격은 약 135달러, 1980년 저점인 14를 적용하면 약 309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은 비율의 역사적 평균은 50 대 1~80 대 1로 꼽힌다는 점에서 지금 은 가격은 금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초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100 대 1 수준이었지만 27일 현재는 47 대 1 정도다. 로나 오코널 스톤엑스 애널리스트는 “은 가격이 이미 과매수 구간에 진입해 조정 위험이 커졌다”며 “장기적으로는 은이 금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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