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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서 1000억 빌린 '오너' 달려간 곳이…'금융 카르텔' 민낯

입력 2026-01-27 17:52   수정 2026-01-28 00:59



마켓인사이트 1월 27일 오후 5시 4분

부동산신탁사 무궁화신탁이 2021년 SK증권을 지배하는 사모펀드(PEF)에 1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SK증권이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에게 10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집행한 직후 이뤄진 거래다. SK증권은 다른 금융회사와도 이 같은 바터(barter·조건부 교환) 성격의 거래를 통해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지탱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PEF 운용사 J&W파트너스가 SK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의 주요 출자자(LP)로 확인됐다. 2021년 9월 무궁화신탁이 54억원, 무궁화신탁 관계사인 엠미디어프론티어가 46억원을 중순위로 출자했다.

무궁화신탁이 신규 펀드 출자자로 참여한 것은 SK증권이 오 회장에게 주식담보대출로 1150억원을 빌려준 지 석 달 만이었다. 중소 증권사인 SK증권은 비상장사인 무궁화신탁을 담보로 이례적으로 거액을 빌려줬다가 1300억원대 부실을 떠안았다.

무궁화신탁뿐 아니다. SK증권은 이지스자산운용 대주주 지분을 일부 사주고, 이지스운용은 J&W PEF에 102억원을 대줬다. 트리니티자산운용 대주주는 SK증권에 경영권을 매각한 뒤 J&W PEF에 5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김신 부회장이 PEF를 앞세워 SK증권을 인수한 뒤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삿돈으로 무분별하게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4년부터 10년간 SK증권 대표를 지내다가 재작년 계열사 SKS프라이빗에쿼티(PE)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신 체제' 위해 짬짜미 거래…LP 모으려 학연·지연 총동원
대주주 사금고 전락한 증권사

SK증권의 대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펀드에 돈을 댄 출자자(LP)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2018년 SK증권 인수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김신 SKS프라이빗에쿼티(PE) 부회장은 J&W파트너스 펀드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뛰었다. 김 부회장의 인맥을 앞세워 산은캐피탈(100억원) 미래에셋증권(80억원) 신영증권(70억원) 바로저축은행(50억원) 트리니티자산운용(30억원) NH투자증권(20억원) 효성캐피탈(20억원) 등 금융회사가 대거 PEF에 돈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펀드의 만기는 원래 5년이었다. 하지만 펀드 결성 3년째인 2021년 금융사 LP 전원이 교체됐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PEF에서 펀드 투자자가 중도에 한꺼번에 바뀌는 일은 이례적이다. 김 부회장 측이 J&W 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2~3년 후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약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때 새로운 출자자를 구하기 위해 SK증권을 앞세워 다양한 ‘바터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SK증권 자금을 지원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이들을 LP로 유치하는 식이다. SK증권에서 1000억원 넘는 자금을 빌린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회삿돈으로 100억원을 PEF에 투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상장기업인 SK증권의 자금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동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증권 돈 받아 PEF에 출자

J&W 펀드 자금을 가장 먼저 회수한 건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지에이(현 비트플래닛)였다. 에스지에이는 펀드 결성 1년6개월여 만에 50억원 규모의 출자 지분 회수를 요청했다. 이 지분을 인수한 것은 트리니티자산운용(현 Sh수협자산운용) 대주주였던 정진근 씨 등 3인이다. 이들은 2020년 1월 31일 트리니티자산운용 경영권 지분을 SK증권에 매각해 66억원을 받고 닷새 뒤 50억원을 J&W PEF에 출자했다. 그러고선 반년 뒤 PEF 운용사 로드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SK증권으로부터 자금 180억원을 받아 로드제일호 펀드를 조성했다. 이듬해에도 SK증권 자금 140억원을 받아 로드제이호를 결성했다. 두 펀드 모두 SK증권이 출자 지분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SK증권 돈으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관리보수를 받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로드인베스트먼트는 로드제일호로 SK증권 PE본부(현 SKS PE)가 투자해 골치를 앓던 포트폴리오인 비앤비코리아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등 SK증권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 역할을 했다.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도 SK증권과 주고받기식 거래를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21년 9월 J&W의 LP 교체 과정에서 무궁화신탁과 함께 주요 LP로 참여했다. 선순위로 102억원을 출자해 출자 규모로만 따지면 중순위로 100억원을 댄 무궁화신탁보다 컸다. 이 거래가 이뤄지기 6개월 전 SK증권은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인 손화자 씨에게서 이지스자산운용 구주 3.1%를 약 15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상속세 납부 자금 마련에 나선 손씨를 도와준 거래였다.
◇펀드 출자자 면면 살펴보니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김 부회장의 인맥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신영증권과 NH투자증권,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신영증권은 주요 연결고리 중 하나다. 신영증권은 J&W가 SK증권 인수를 위해 처음 펀드를 결성할 때 70억원을 출자했다. 신영증권을 이끌던 황성엽 당시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는 김 부회장, 오창석 회장과 함께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동기다. 출자 당시 신영증권 부사장이던 한우진 씨도 대학 동기다.

SK증권은 한 전 부사장이 2019년 위즈도메인 공동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위즈도메인 및 자회사 투자를 대폭 늘렸다. 2020년 6월 30억원에 위즈도메인 지분 4.7%를 매입한 SK증권은 2021년 50억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을 9.7%로 확대했다. 위즈도메인의 자회사 아이피밸류파트너스와 한국기술신용평가 등의 지분도 차례로 확보했다. 위즈도메인으로부터 2021년 PTR자산운용을 인수했다가 4년 뒤 인수가격 그대로 다시 위즈도메인에 회사를 넘겼다. 한 전 부사장의 동생인 한우제 씨가 설립한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옛 HYK파트너스)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김 부회장의 전라도 인맥이 자금 조달 경로가 되기도 했다. 한국토지신탁은 2021년 J&W가 운용하는 펀드에 63억원을 출자했다. 최윤성 한국토지신탁 부회장은 김 부회장의 전주해성고 동기다.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은 그들의 고등학교 1년 선배다. 한 대형 로펌의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SK증권이 J&W의 LP 확보를 위해 무리한 대출, 투자를 집행했거나 SK증권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J&W에 출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둘 다 배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바터 거래

barter trade. 재화, 용역을 화폐 등의 교환 수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맞바꾸는 것. 자본시장에선 금융회사 사이의 필요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자산을 맞교환하거나 맞투자하는 방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금융사 및 주주 이익을 훼손하거나 투자 구조를 왜곡하는 불공정 거래는 엄격히 금지된다.

박종관/노경목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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