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청소년의 도박 경험과 노출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 시작의 연령대가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도박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서울경찰청은 서울 지역 학생 3만477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실시한 '2025년 청소년 도박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도박 경험 학생의 특성을 보면 남학생 비율이 69.9%로 여학생(30.1%)보다 높았다. 도박을 처음 시작한 학년은 초등학교 5학년이 가장 많아 전년보다 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저연령화 경향도 확인됐다.
도박 유형은 온라인 환경이 76.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e-스포츠·게임 내 배팅이 25.3%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즉석·실시간 게임(22.1%), 불법 온라인 카지노(바카라·21.2%), 불법 스포츠 토토(7.6%) 순으로 나타났다. 도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친구·또래 권유가 40.3%로 가장 높았으며, 지인 권유(21.2%), SNS·스트리밍 광고 노출(18.6%)이 뒤를 이었다. 사용 기기는 스마트폰이 64.6%로 압도적이었다.
도박자금 마련 과정에서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드러났다. 도박자금은 본인 용돈이나 저축을 사용했다는 응답이 76.2%로 가장 많았지만, 부모·가족 계좌나 카드 이용(8.7%), 휴대전화 소액결제(4.6%), 타인 계좌 이용(3.8%) 사례도 확인됐다. 갈취·사기·학교폭력 등 불법적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응답도 2.8%에 달했다.
도박으로 인한 문제로는 우울·불안 등 정서적 문제가 13.1%로 가장 많았고, 학업 저하(11.1%), 가족 갈등(10.4%)이 뒤를 이었다. 다만 도박 경험 학생의 절반 이상은 현재 도박을 하지 않고 있으며(51.4%), 39.0%는 중단 의지가 있다고 응답해 상담·치유 연계를 통한 회복 가능성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90.5%는 '도박은 청소년에게 위험하다'는 데 동의했다. 도박 예방을 위해 경찰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활동으로는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 및 단속 강화(44.1%), 불법 도박 조직 검거 및 처벌 강화(13.9%)가 꼽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계방학과 신학기 초(2~4월)를 '청소년 도박 집중 예방·관리 기간'으로 운영한다. 설문 결과를 분석해 위험 요인을 알리는 '스쿨벨(School-bell)'도 발령했다. 스쿨벨은 학부모 예방수칙과 집중 관리 기간 운영 내용을 카드뉴스 등 형태로 신속히 전달하는 체계다.경찰은 집중 기간 동안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과 자금 흐름 차단을 위한 불법 계좌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온라인 도박 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처벌 중심 대응보다는 상담과 중독 치유 연계를 병행해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신학기 이후에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도박 우려가 높은 학교를 대상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도 확대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는 단순한 일탈이나 놀이가 아니라 개인과 가정까지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불법 도박 공급자에 대한 엄정 단속과 함께 예방과 치유 활동을 병행해 청소년들이 도박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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