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렴하기로 유명해서 왔어요. 올리브영 말고 여기서 리들샷 사려고요."
28일 오전 10시 50분경 서울 중구 오프뷰티 명동스퀘어점에서 일본인 관광객 노조미(20) 씨는 장바구니에 스킨케어 화장품을 담으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미씨와 같이 한국을 놀러 온 일본인 친구 2명도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면서 화장품을 둘러봤다. 이들 스마트폰 화면에는 일본어로 한국 화장품을 설명하는 게시글 캡처본이 담겨 있었다.
외국인 관광 중심지인 명동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쇼핑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90% 세일 현수막을 연중무휴 세워놓는 화장품 가게, 도매시장 가격으로 액세서리, 목도리, 모자 등을 파는 패션 잡화점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매장들이 명동 골목 곳곳에서 발견됐다.

노조미씨가 이날 방문한 오프뷰티는 다이소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브이코스메틱의 'VT PDRN 리들샷 300' 50ml 제품을 3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정가는 6만8000원으로 56% 할인된 가격이었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롬앤의 '글래스팅 컬러 글로스' 제품도 1만3000원에서 54% 할인돼 6000원에 판매됐다. 이외에도 향수, 인조 속눈썹, 영양제까지 모든 제품을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었다.
오프뷰티 매장 직원은 "화장품 아울렛 매장이라 모든 제품은 정품"이라며 "일반적인 아울렛처럼 시즌이 지난 제품을 싸게 들이거나 몇몇 브랜드들과 따로 계약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다. 올리브영에서 볼 수 없는 브랜드들도 입점해 있어 한국인 고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은 "80%가 외국인 손님"이라며 "중국인 분들이 가장 많지만 히잡을 쓰신 고객이나 서양권 고객도 많다"고 덧붙였다.

올리브영 명동중앙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오프뷰티는 매장 전광판에 'up to 90%'를 크게 띄워놓고 있었다. 매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편의 서비스도 제공했다. 환전 기계부터 텍스 리펀,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제공하는 캐리어 보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오프뷰티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소품 잡화점 뉴뉴와 미미라인도 가성비 매장으로 입소문을 탔다. 두 매장 모두 도매시장 잡화 편집숍으로 액세서리, 키링, 옷 등을 판매하고 있다. 노조미씨는 "명동이 저렴한 곳으로 조금 떠오르는 것 같다"며 "잡화를 싸게 파는 뉴뉴라는 곳도 있다. 여기는 어제 친구들이랑 갔다 왔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뉴뉴 명동점은 잡화 매대를 지날 때마다 다른 외국어가 들렸다.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프랑스어까지 여러 외국어가 섞여 있었다. 외국인 고객들은 5000원 머플러를 둘러보거나 6000원 귀걸이를 귀에 갖다 대보면서 쇼핑에 집중했다. 한층 올라 옷을 파는 매장에서는 'nyunyu'라 적힌 꽉 찬 비닐 쇼핑백을 두개나 지니고 있던 외국 관광객도 있었다.
쇼핑 바구니에 여러 액세서리를 담은 사야카(34) 씨는 "싸고 귀여운 걸 많이 파는 걸로 유명해서 왔다"며 "엄마랑 한국에 처음 왔는데 인터넷에서 뉴뉴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4층짜리 건물을 다 사용하고 있는 뉴뉴에는 1층에는 환전 기계가 4층에는 텍스 리펀 기계가 3개 설치되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자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유된 '쇼핑 리스트'를 가져와 제품을 골랐다. 뉴뉴 매장 직원은 "서양권 동양권 상관없이 대부분 리스트를 들고 찾아달라고 요청하신다. 중국인 관광객은 샤오홍슈에서 본 리스트를, 일본인 분들은 라인에서 공유된 리스트를 보여주신다"며 "주로 목도리, 액세서리 등이 리스트에 떠오르더라. 90%는 외국인이라 매장 직원 모두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미미라인에서 만난 40대 일본인 관광객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여기를 알게 됐다"며 "할인을 많이 하길래 궁금해서 왔다. 뉴뉴도 그런 곳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는 관광특구인 명동에 가성비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고물가 영향이 크다고 봤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명동에 가성비 매장이 들어서고 활성화되는 건 전반적인 경제 트렌드와 관련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겪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관광객도 여행 비용이 풍족하기보다 한정적인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명동에 가성비 브랜드가 입점하는 것 자체가 여행 트렌드가 변해 관광객, 내국인 상관없이 가성비 전략이 통하게 됐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방한 외래 관광객이 지난해(1873만명) 대비 8.7% 증가한 2036만명으로 추정된다. 국가별 예상 관광객은 중국(615만명)이 1등으로 일본(384만명), 대만(193만명), 미국(166만명)이 뒤를 이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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