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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3주나 된다고?…베트남이 특별한 설을 보내는 법[신예희의 나홀로 한입여행]

입력 2026-02-13 18:10   수정 2026-02-13 18:19

<h1></h1>외국을 여행하는 중에 축제나 명절같이 특별한 행사를 만나는 건 무척 기쁜 일이다. 그 시기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과 음식, 사람들의 신나는 표정이 있을 테니까. 작년 초, 베트남 호찌민에서 한 달간의 긴 여행을 준비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일부러 신경 써서 일정을 짰다. 베트남의 설 연휴는 그렇게 길고 거하다는데, 꼭 체험하고 싶었기에.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길어도 너무 길다. 베트남의 설날인 뗏(T?t) 연휴는 짧아도 일주일이고 보통은 열흘가량인 데다 심지어 2~3주씩 휴가를 주는 회사도 많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데, 직선거리로 계산해도 약 1650km이니 실제 이동거리는 더 길다. 그런 만큼 기후와 풍습도 꽤 차이 나는데, 남부 호찌민의 설날은 기온 30도를 훌쩍 웃돌지만 북부 하노이는 20도 전후로 체감 기온은 훨씬 쌀쌀하다. 이 먼 길을 수많은 사람이 대중교통과 오토바이로 이동해야 하니 연휴가 길어질 수밖에.

본격적인 뗏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온갖 상점 문에는 휴무 일정 안내문이 붙으니 미리미리 확인해두지 않으면 낭패 보기 쉽다. 나는 무심히 가까운 세탁소에 빨래를 맡겼다가 열흘간 찾지 못할 뻔했다. 아슬아슬했다, 휴.

뗏 당일엔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며 카페를 찾아 헤매다 여섯 번째 시도 만에 겨우 문 연 곳을 찾았는데, 음료를 주문하니 할증 요금이 붙는다길래 흠칫했다. 뗏 기간에는 카페나 식당, 택시 요금, 음식 배달 요금 등에 20~30%가량의 할증이 붙는다. 남들 쉴 때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랄까. 대신 이 시기엔 드물게 한가로운 호찌민 시내를 즐길수 있다. 그 많던 오토바이가 절반, 아니 3분의 1로 줄어든다. 대기 오염 지수마저 반짝 좋아질 정도다.

뗏을 기념하려 왔으니 뗏 음식을 먹어봐야지. 우리나라에 떡국이 있다면 호찌민엔 반뗏(Banh Tet), 하노이엔 반쯩(Banh Ch?ng)이 있다. 물에 불린 찹쌀과 녹두에 비계가 넉넉히 붙은 돼지고기를 넣어 오랫동안 익힌 음식이다. 바나나잎과 흡사한 동나무잎(la dong)으로 단단히 너덧 겹 감싸서 단단히 묶은 후 큰 솥에 물을 가득 채우고 열 시간가량 삶는데, 이 과정에서 동나무잎의 살균 성분이 스며들어 오래 두어도 잘 상하지 않는다.

호찌민에선 원통형으로, 하노이에선 사각형 방석 모양으로 만든다. 재료는 거의 같은데 모양이 다른 걸 보니 마치 지역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우리의 떡국 같기도 하다.



뗏 연휴를 앞둔 호찌민 시장과 마트엔 반뗏이 잔뜩 쌓여있다. 과거엔 집에서 일일이 만들었다지만, 재료를 준비해 빚고 밤새 익히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이 필요하니 이젠 으레 대량 생산되는 반뗏을 사거나, 단골 식당에 예약 주문한다. 으레 하나에 1kg이 넘는데, 실온에서 일주일 넘게 보관할 수 있고 냉장고에선 한 달도 거뜬해 식구 수대로 사서 연휴 내내 먹고 또 먹고 선물도 한다.

반뗏은 그냥 먹어도 좋고 감칠맛 나는 피쉬소스 느억맘을 곁들이거나 설탕에 찍어도 맛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을땐 아예 툭툭 썰어서 기름에 지지거나 바삭하게 튀긴다. 맛도 좋고, 좀더 오래 보관할 수도 있다. 뗏 연휴가 끝나갈 무렵에 찾은 국수 노점에선 덤으로 기름에 지진 반뗏을 한 접시 내주었다. 어째 내가 주문한 국수보다 양이 더 많다. 어느새 배가 불러 온다. 우리나라 지자체가 종종 초대형 비빔밥이나 냉면 만들기 행사를 열 듯, 베트남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 초대형 반뗏이나 반쯩을 만든다. 2002년에 만든 무게 1.75톤의 반뗏은 기네스북에도 올랐다나.


반뗏의 짝꿍은 쿠 키우(C? ki?u)인데, 딱 보면 다들 알만한 음식이다. 일본 음식에 흔히 곁들이는 락교(염교) 절임이니까. 베트남에선 기원전 7세기 무렵에도 쿠 키우와 고기를 함께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식재료다. 마트의 뗏 음식 코너엔 으레 반뗏과 쿠 키우 절임이 마치 한 세트처럼 진열되어 있다. 쫀득한 찹쌀밥 반뗏과 새콤달콤하고 아삭아삭한 쿠 키우는 무척 잘 어울린다.


여기에 큼직한 덩어리로 썰어 푹 조린 삼겹살과 달걀(th?t kho tr?ng), 다진 돼지고기를 채워 넣고 끓인 쌉쌀한 여주 수프(canh kh? qua), 향신료를 듬뿍 넣은 중국식 소시지(l?p x??ng), 행복을 상징하는 붉은 걱 열매로 물들인 찹쌀밥(xoi g?c)까지 함께 하면 새해를 맞이하는 베트남 남부 호찌민식 설날 상차림이 완성된다.

아차, 중요한 걸 빠트릴 뻔했다. 화려하게 장식한 수박. 뗏 연휴를 앞둔 시장에선 수박을 피라미드처럼 높이 쌓아두곤 즉석에서 칼로 겉 부분을 근사하게 조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 옛적, 한 버릇없는 왕자가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섬으로 귀양 보내졌다. 풀 죽어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처음 보는 큼직한 과일을 먹어보곤 그 맛에 감탄하며 씨앗을 심었는데, 금세 무럭무럭 잘 자라길래 냉큼 수확해 섬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감동한 주민들이 수박에 왕자의 이름을 새겨 바다에 둥둥 띄웠는데, 어느새 흘러 흘러 왕에게까지 도달했다. 놀란 왕이 아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그사이 철든 모습에 흐뭇해하며 세자로 책봉했다고. 이런 전설 덕에 베트남에선 수박은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설날을 여행지에서 보내게 된 김에 나도 마트에서 반뗏 한 덩어리와 쿠 키우 한 병을 샀다. 바나나를 넣은 채식 반뗏도 있는데, 처음 먹는 거라 전통적인 돼지고기 버전을 골라 한국의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썰어서 맛보았다.

속이 든든해졌으니, 슬슬 밖으로 나가볼까? 길고 긴 뗏 연휴엔 행사도 가득하다. 요란하게 징을 치며 사자춤을 추는 행렬도 심심찮게 보이고, 매년 열리는 호찌민 북 페스티벌과 꽃 축제도 근사하다.


물론 쇼핑도 빠질 수 없다. 설 명절이니 띠별 동물 장신구를 골라본다. 베트남의 십이간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소 대신 물소, 양 대신 염소, 토끼 대신 고양이다. 토끼띠인 나는 베트남에선 고양이 띠가 되는 셈이다. 귀여운 팔찌로 호찌민에서 보낸 설날을 그렇게 기념했다.

글·사진=신예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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