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어떤 사람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데, 어떤 사람은 환절기마다 병원을 찾을까. 단순히 ‘면역력이 약해서’라는 모호한 답변으로는 알레르기 같은 과민 반응을 설명하기 어렵다. 신간 <면역 수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존 트라우즈데일이 50년 연구를 집대성해 면역의 실체를 명쾌하게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면역을 단순히 외부 침입자와 싸우는 ‘군대’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고 장기 간의 소통을 조율하는 ‘정교하고 지능적인 네트워크’로 새롭게 정의한다. 면역계는 피부와 점막, 장내 미생물을 넘어 신경계와 신진대사, 심지어 뇌와도 긴밀히 상호작용한다.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기분, 통증까지도 면역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분석은 질병과 건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책은 면역이 감염과 예방접종, 환경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개인화된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노화, 암, 비만, 우울증 등 현대인의 고질병을 면역 불균형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식단과 수면, 위생 같은 일상적 선택이 우리 몸의 방어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과학적 근거를 통해 보여 준다.
특히 난해할 수 있는 면역 기전을 컴퓨터 바이러스나 군대 같은 익숙한 비유로 풀어내 가독성을 높였다. 타투의 원리나 고양이 알레르기 같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지적 유희를 더한다. 저자는 면역의 본질이 공격과 파괴가 아닌 ‘협상과 조율’에 있다고 말한다. 건강 수명 연장의 핵심이 무조건적인 면역 강화가 아니라 ‘면역 균형’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강력한 건강 지침서가 될 것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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