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적인 신약 개발은 인류를 구원할 성배인가, 거대 자본의 도박판인가. 신간 <블러드 머니>는 획기적인 암 치료제 탄생 뒤에 숨겨진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30조 원 규모의 판돈이 걸린 이 전쟁의 주역은 신념에 찬 과학자,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자본가, 그리고 판을 지배하는 거대 제약회사들이다.
이 책은 ‘이브루티닙’과 ‘아칼라브루타닙’이라는 두 항암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파산 직전의 제약사를 인수한 사업가 로버트 더건과 월스트리트 출신 투자자 웨인 로스바움은 자본의 논리와 과감한 리더십으로 과학적 발견을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
하지만 책은 성공 신화의 이면에 도사린 냉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기업 가치가 수조 원으로 치솟자 정작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던 과학자들은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자본주의의 생리 앞에서 결실은 늘 자본과 기업이 독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으로 향한다. 빈손으로 쫓겨난 과학자들이 차고에서 연구를 재개해 더 나은 약물을 개발해내는 대목은 큰 울림을 준다. 자본이 판을 깔 수는 있어도, 혁신을 완성하는 종지부는 결국 사람의 집념과 헌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바이오 산업을 넘어 모든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진리를 보여준다. 진정한 혁신은 리더의 결단과 자본의 힘, 그리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열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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