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 사건을 하급심이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함 회장의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 사건에서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8년 6월 검찰의 기소 이후 약 7년 6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
함 회장은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6년 신입 공채 과정에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 등을 전해 듣고 인사부장과 공모해 서류·합숙·면접 전형 합격선에 미달한 자들을 합격시킬 것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가 채용 담당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최종 합격자의 남녀 비율을 약 4대1로 사전에 정해 남녀를 차별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를 합격시켰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었다.
2022년 3월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함 회장이 채용 과정에 직접 위력을 행사하진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23년 11월 2심은 함 회장이 채용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함 회장을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한 때 그 각각을 정범으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함 회장이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 법정에서 2016년 합숙 면접 당시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은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함 회장에 대한 인사부장의 보고 전후로 합격자 변동이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1심 법원은 이 증언에 신빙성을 인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2심)에서도 이와 다른 취지의 증언은 없었다”며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 사실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 법칙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1심 증인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거나 1심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은 함 회장에게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면서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함 회장의 지시에 따라 추가 합격자를 시정하기 위한 ‘추가사정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했으나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은 그런 회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그 존재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들도 나타나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런 결론의 근거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모든 과정을 통해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해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1심 판단을 재평가해 사후심적으로 판단해 뒤집고자 할 때는 1심의 증거 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런 예외적 사정도 없이 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선 안 된다”는 1996년 등 판례도 들었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상고는 기각해 이 부분은 유죄가 확정됐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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