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창극단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소리꾼 김준수가 연극 '칼로막베스'로 돌아온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해석한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막베스 처'. '맥베스'의 잠재된 권력욕을 자극하고 조종하는 맥베스의 아내로, 원작에선 '레이디 맥베스'로 불린다.
김준수는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칼로막베스' 제작발표회에서 "극 안에서 배우로 존재한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여성 배역을 다시 맡게 된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국악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국립창극단 소속 당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패왕별희', '내 이름은 사방지', '살로메' 등에서 여성 역할을 너끈히 소화해왔다.

"배역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제가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에서 관객들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고선웅 연출님의 작품에는 매력이 있고, 여성 캐릭터지만 한편으로는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연기에 대한 갈망 때문에 항상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동안 '노래로 표현하는 김준수'에 익숙하셨다면, 이제는 '배우로서 온전히 서는 김준수'를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칼로막베스'는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단 마방진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무협극이다. 2010년 초연 후 16년 만에 돌아오는 작품으로, 오는 2월 27일부터 3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내 대표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현란한 무술과 슬랩스틱, 언어유희 등을 버무려 재창조했다. 제목 '칼로막베스'도 '칼로 상대를 막 베어버린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초연에 이어 '막베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산은 "원작은 미사여구가 많아 지루하고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며 "반면 '칼로막베스'는 역동적인 무술과 슬랩스틱, 언어유희가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녹아있다"고 소개했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에요. 지금까지 봤던 맥베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리시한 맥베스를 만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칼로막베스'는 빠른 대사 탓에 극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관객 평이 있었다. 이번에는 초연 당시 미흡했던 점을 개선해 작품을 더 매끄럽게 다듬었다.
고 연출은 작품이 전하는 주제 의식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막베스'는 가만히 있어도 왕이 됐을 사람이에요. 하지만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되죠. 무언가 자꾸 잡으려고 하면 안 되는 게 인생 같아요."
마방진은 올 하반기 신작도 두 편 선보인다. 공유 오피스 투신 사건에서 따온 연극 '투신'과 출연 배우만 45명에 달하는 연극 '찻집'이다. 공연은 11월 13~22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12월 22~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각각 열린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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