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차입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장기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 자금 조달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7~10년 만기 장기물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장기 조달을 포기하고 2~5년 만기의 중·단기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달 만기를 짧게 가져가 당장 이자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향후 반복적인 차환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 중 만기 7년 이상 장기물을 발행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0년 만기 회사채 1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4.3%대로 책정됐다.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만기 7년 이상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없다.이는 지난해 1~2월 상황과 상반된다. SK텔레콤이 14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포스코(1000억원), LG화학(900억원), SK하이닉스(700억원), LG유플러스(600억원), LG에너지솔루션(600억원), HD현대오일뱅크(600억원) 등이 7년 만기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다.
10여 년 전 발행한 장기물 만기가 올해 속속 돌아온다. 2016년 당시 KT(1000억원), CJ제일제당(1200억원), 롯데쇼핑(700억원) 등 12개 기업이 1조원 규모의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연 2%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장기물 발행이 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신용등급 AA-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연 5%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장기물을 꺼리는 분위기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가 한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물 회사채 금리가 내리면 투자자가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기관투자가의 장기물 선호도도 높았다. 하지만 올해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했다.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는 지난해 10~12월 대규모 손실을 보고 채권 매도에 나섰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국고채 장기물 발행 비중을 줄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국고채 장기물 비중을 지난해 38%대에서 올해 35%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기업들은 7~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2~3년 만기 위주의 ‘쪼개기 차환’에 들어갔다. 다만 2~3년 만기 단기물은 매년 차환해야 하는 만큼 인수합병(M&A),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등 장기 전략을 짜는 데 불리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물로 바뀌고 있다”며 “만기가 짧은 채무에 의존할 경우 채무를 자주 차환해야 해 금리 변동에 재무구조가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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