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용자가 많은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사와 제재는 불가피하다.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규제 당국이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보완은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논점은 ‘조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어디까지 하느냐’에 있다. 법 집행의 정당성만큼이나, 그 집행이 어떤 맥락에서 읽히는지도 중요하다.
최근 이 사안이 한미 고위급 외교 무대에서까지 언급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더구나 현재 미국의 통상 정책은 정책 일관성보다 메시지의 즉시성과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세율이 단기간에 급변하고, 정치적 판단이 시장과 동맹국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작아 보이는 사안 하나가 통상 압박이나 외교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정 기업의 사고가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만 취급돼도 문제지만 반대로 이것이 곧바로 외교·통상 이슈로 확대 해석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프레임이 섞이는 순간,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파장은 불필요하게 커진다. 전쟁은 대개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특히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이라면, 대응은 더욱 냉정하고 절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온 경제·통상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강경함보다 균형감이다.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취하되, 그 과정과 메시지가 외교·통상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미국을 향한 대응은 설명에 가까워야 한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모든 글로벌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개인정보 보호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높인다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의 책임도 분명하다. 해당 기업은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자와 근로자, 소상공인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쿠팡 사태는 해결할 문제지, 전선(戰線)이 돼서는 안 된다. 균형이란 중간을 지키는 태도가 아니라, 사안의 본질과 파급을 동시에 관리하는 능력이다. 국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엄정한 태도와 동맹·시장을 향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절제된 태도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위기에서 드러나는 태도가 결국 국가 리더십의 평판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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