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9일 삼성전자 퇴직자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나 목표 인센티브는 임금성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9년 1심 제기 후 7년, 대법원 계류 5년 만의 판결이다.삼성전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1994년부터 연 2회 목표 인센티브를, 2000년부터 연 1회 성과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회사는 두 인센티브 모두 임금이 아니라는 전제로 퇴직금을 계산했는데, 2016년과 2018년 퇴직한 원고들은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성과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삼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대법원은 “EVA 발생 여부와 규모는 자기자본 규모, 지출 비용,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며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양과 질이 해마다 연봉의 0~50%로 평가될 정도로 크게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성과 인센티브는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성이 없어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며 “EVA 발생을 선행 조건으로 하므로 근로성과 사후 정산이 아니라 경영성과 사후 분배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복지포인트에 대해 “지급 의무가 있더라도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성이 없으면 임금이 아니다”고 판단한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는 지급 규모가 사전에 확정된 고정적 금원으로, 평가 항목이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전략과제 이행도는 적정유통재고 준수율, 시장점유율 등 근로자들이 관리·통제할 수 있는 지표로 구성됐고 재무성과 중 매출 평가도 ‘계획 대비·전년 대비·경쟁사 대비 달성도’로 설계돼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이후 사기업 경영성과급 소송이 다수 제기됐다”며 “이번 판결은 성과급이라도 지급 기준과 평가 방식에 따라 임금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퇴직금 소송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등 10여 개 기업의 유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전원합의체가 아니라 소부 판결로, 경영성과급 전체에 대한 새로운 법리를 확립한 것이라기보다는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의 특수한 설계 방식을 고려한 판단”이라며 “다만 다른 기업도 성과급 지급 조건의 근로 제공 관련성과 산정 방식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