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건강 지표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 패널조사(2025) 최종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동일 집단을 장기 추적한 결과 흡연, 음주, 식생활, 신체활동 등 주요 건강 행태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2019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학생 5051명을 패널로 구축해 고교 졸업 후 3년까지 총 10년간 매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했다. 보고서는 7년 차(2025년)를 맞아 조사가 완료된 6년 차(2024년, 고등학교 2학년 시기) 데이터까지를 정밀 분석한 결과다.
평생 한 번이라도 담배를 사용해 본 '평생 경험률'은 초등학교 6학년 당시 0.35%였지만, 중학교 3학년 3.93%, 고등학교 1학년 6.83%를 거쳐 고등학교 2학년(제6차 연도)에는 9.59%까지 증가했다.
특히, 고교 2학년 여학생의 '현재 사용률'에서 액상형 전자담배(1.54%)가 일반 담배(1.33%)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질병청은 "이는 청소년,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거부감 없이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음주 경험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평생 한두 모금이라도 술을 마셔본 '모금 기준' 경험률은 60.8%에 달해 패널 10명 중 6명이 술을 마셔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잔 이상 술을 마신 '잔 기준' 경험률도 33.7%로 조사됐다.
음주 신규 경험률은 중학교 1학년으로 진급할 때 15.6%로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환경 변화 시기에 유해 약물의 유혹에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라고 질병청은 전했다.
신체 건강 지표도 위험 수위다.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결식률은 전년 대비 4.0%포인트 증가한 33.0%를 기록했고, 과일, 채소, 우유 및 유제품 섭취율은 일제히 감소하며 영양 불균형이 심화했다.
신체활동은 하루 60분 이상 실천하는 비율이 13.5%에 머물렀고, 스마트폰 과의존 경험률은 35.1%로 나타났다. 중등도 이상의 불안 장애를 겪는 비율도 8.0%에 달했다.
질병청은 "이 같은 건강 행태 변화에는 주변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면서 "선행요인 분석에 따르면 본인의 흡연·음주에 대한 친구의 태도가 허용적이거나 주변에 흡연하는 친구가 있는 경우 유해 행태를 시작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구 내에 흡연자나 음주자가 있고 부모가 자녀의 음주에 허용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자녀가 일찍 술과 담배를 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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