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찍 가도 좋다. (하나/허나) 내일은 한 시간 일찍 오너라.” “오늘은 내가 바쁘다. (하니/허니) 너 혼자 가거라.” “꾸준히 연습해라. (하면/허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늘어 있을 것이다.” “정말 기쁜 일이다. (한데/헌데) 내 마음은 왜 이리 쓸쓸할까?” 우리말에 발음이나 표기가 헷갈리는 게 많은데, 괄호 안 대립하는 쌍도 그중 하나다. 우선 답부터 말하면 모두 앞에 제시된 말이 맞는 표기다. 하지만 이들을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간)에서 올림말을 찾으면 ‘한데’만 나오고 나머지는 나오지 않는다. ‘한데’만 단어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우리말 ‘하다’의 주 기능은 동사다. 이 동사의 기능에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수십 가지 용법이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풀이는 그중 하나다. 그래서 따로 ‘하나’라는 표제어를 두지 않았다. 즉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하나’를 찾으면 따로 올림말이 없다는 뜻이다. ‘하니’와 ‘하면’도 같은 이유로 표제어가 되지 못했다. 더구나 ‘하나’가 없는 상황에서 그 변형인 ‘허나’는 더욱 찾을 길이 없다. 그나마 ‘하나’를 비롯해 ‘하니’ ‘하면’ 등은 이 ‘하다’ 동사의 의미 용법 중 하나로, 즉 활용꼴로 설명돼 있다. 반면 ‘허나’를 비롯해 ‘허니’ ‘허면’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특이한 것은 ‘한데’는 부사로 올림말 처리를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풀었다. 즉 ‘하나, 하니, 하면’을 단순히 ‘하다’의 활용형으로 본 것과 다르게 ‘한데’는 전성부사로 처리한 것이다. 이것은 물론 편찬자인 국립국어원에서 그만한 근거를 갖고 구별해 올렸겠지만, 일견해선 쉽게 그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다. 당연히 ‘헌데’라는 말 역시 올라 있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하나’ ‘하니’ ‘하면’ 따위를 죄다 ‘하다’의 활용꼴로 처리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런 말들을 표제어로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해 경기·충청 등 중부지방에서는 표준어인 ‘하나/한데/하니/하면’ 등을 ‘허나/헌데/허니/허면’으로 많이 말하고 적는 경향이 있어 특히 헷갈린다. 마치 “이것은 책이고요”라고 할 것을 “이것은 책이구요”라고 하는 중부지방 사투리의 관계와 비슷하다.
중부방언에선 일반적으로 첫음절 뒤에 오는 ‘오’ 계통의 말을 ‘우’로 발음하는 현상이 있다. ‘~하고’를 ‘~하구’ 식으로 많이 쓰는 것이 그런 예다. ‘그랬고요→그랬구요, 서로→서루, 잘났다고→잘났다구, 어디로→어디루’ 이런 식으로 ‘오’를 ‘우’로 발음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 이런 표기는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