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을 포함한 민간 투자자들은 정책을 그대로 집행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정책이 형성하는 환경을 중요한 전제로 삼아 투자 판단을 내린다. 특히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산업의 성장 방향과 정책적 뒷받침 여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책이 명확할수록 민간 자본은 감내해야 할 위험의 범위를 가늠할 수 있고, 그 안에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기대는 자연스럽게 자본시장 제도의 운용 단계로 이어진다. 정책 방향이 분명하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역시 그 방향성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민간 투자자들이 정책을 신뢰하되, 그 정책이 자본시장 제도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를 통해 투자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판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최근 전략산업 분야 일부 기업들의 상장예비심사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기대와는 다른 판단 구조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육성을 강조해 온 산업 영역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기업임에도, 예비심사 과정에서는 성장 과정이나 향후 확장 가능성보다는 기업 외부의 지배구조 환경이나 이해관계와 관련된 요소가 판단의 중심에 놓이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 지점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스페이스X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페이스X는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여전히 완성된 기업이라 보기 어렵고, 외부 환경과 다양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현재의 스페이스X’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 있는 스페이스X’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더 주목한다. 기술과 산업의 특성상, 모든 외부 리스크가 해소된 이후에야 평가하겠다는 접근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는, 마치 미래의 스페이스X가 아니라 현재의 스페이스X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까지 모두 정리된 상태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투자 당시 이미 인지되고 관리의 대상이 되어 왔던 외부 요인이 상장 단계에서 다시 결정적인 리스크로 호출된다면, 이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보다는 그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운용 구조는 투자자 입장에서 자본시장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민간 자본은 본질적인 불확실성은 감내할 수 있지만,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운 기준 변화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정책을 전제로 투자와 기업 성장이 이어져 온 전략산업 영역에서는, 제도 운용의 해석이 일관되게 인식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예비심사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엄격해야 한다. 동시에 정책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산업에 대해서는, 그 정책적 맥락이 판단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도 함께 설명될 필요가 있다. 기준이 엄격한 것과 기준이 예측 가능한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운용에서 형성된다. 정부의 전략산업 육성 기조가 분명한 만큼, 자본시장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 역시 미래 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는 전략산업 투자 환경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다.
케이프투자증권 문준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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