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와의 대담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안정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통합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고, 그 다음 목표가 금융안정을 도모하면서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 시절부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고 경고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높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안정 이슈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채의 대부분이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작다"며 "오히려 부채가 많아 소비가 제약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통합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 총재는 "현재 은행 대출 총액을 제한해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을 제한하는 거시건전성 수단을 도입하고 있는데 부유한 사람들은 다른 자금원을 활용해 여전히 수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반면, 청년과 저소득층은 레버리지 활용이 제한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처럼 대출 제한 중심의 정책을 지속한다면 "수도권의 집값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부문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는 "주식시장에 비해 부동산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은 수익률은 높고 세금은 적다"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런 패턴을 바꿔야 한다"며 "한정된 자본이 계속 집을 사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 등) 생산적인 용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웃풋 갭(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격차)이 크고, 실업률이 뛴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K자형 경제를 금리 수단으로 다루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는 계엄으로 인해 상반기 성장률이 0%에 가까웠던 이례적인 한해"라며 "다행히 수출이 좋아 1%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선 "반도체, 방산, 자동차, 조선업 수출이 드라이브하면서 충격을 딛고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성장률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는 "중국은 더 이상 한국 성장의 핵심 축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중 갈등 이전부터 중국과는 서로 경쟁하는 구조"라며 "지금은 (성장에)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등의 문제가 있지만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진전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자본 유출입이 활발해질 때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변동환율제가 우선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변동성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