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5300선 위로 뛰어오르면서 업종 간 온도차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IT하드웨어 등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반면 내수를 대표하는 소비재, 건설, 헬스케어 등은 외면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강세장이 일부 대형주 중심으로 오르는 이른바 '양극화 증시' 모습이 뚜렷하다며 유동성 위축 국면에서 조정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3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최근 1년간 코스피 내에서 업종 간 수익률은 뚜렷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반도체(226.4%), 상사·자본재(188%), 기계(161.8%), 증권(113.7%) 등이 급등한 반면 소비재(28.7%), 건강관리(28.4%), 운송(20.5%) 등은 상승률이 저조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05.8%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26개 업종 가운데 지수보다 상승률이 높은 업종은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20개 업종은 수익률이 지수보다 낮다. 사실상 반도체 등 국내 대표 업종이 지수를 끌어올린 셈이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 급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역성장(-0.3%)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에도 저성장세를 극복하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활황에도 내수와 건설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은 증시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건설기성은 전년 동기 대비 16.2% 급감했다. 이는 1998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8.1%)보다 감소 폭이 크다.

소비 감소로 내수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필수소비재 기업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가 23% 오르는 사이 롯데칠성, LG생활건강, 하이트진로 등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는 1%도 오르지 못했다. 오뚜기, CJ제일제당 등도 상승률이 1~2%에 그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5000을 넘어가면서 이격도(20일-60일 이동평균선 벌어짐 정도)가 115%(통상 95% 이하 과매도, 105% 이상 과매수, 115% 이상은 과열)를 넘었다"며 "정부 정책의 변화, 기업공개(IPO) 등으로 인한 수급 부담 등 긴축에 대한 우려도 있어 추격 매수로는 큰 이익을 보기는 힘든 구간"이라고 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K자형 경제성장 구조가 이어지면서 업종 쏠림 국면에서 개별 종목·업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전반적인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지출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시장의 업종별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종 이후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저평가 실적주에 대한 관심이 유효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텔·레저, 소비재, 소매·유통, 등 여전히 내수주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경기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실적 반영 시 추가 상승 여력이 높을 수 있다"며 "반도체 등 주도업종은 실적 전망이 견고하기 때문에 조정 시 매수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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