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R1은 인공지능(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다.”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이 지난해 1월 27일 X에 남긴 말이다. 딥시크(사진)가 챗GPT를 제치고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오른 그날, 엔비디아 주가는 17% 급락했다. ‘딥시크 쇼크’는 미·중 패권 경쟁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해 4월 이후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부분 국가가 협상 테이블로 향했지만,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놨다. 10월 미·중 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승리로 평가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차이나 피크’ 론이 우세했다. 성장률은 둔화했고, 미국의 압박 속 고립은 깊어졌다. 한국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탈(脫) 중국이 대세였고, 반중 감정은 계속 커졌다. 그래서 ‘딥시크 쇼크’는 더 충격이었다.
그 이면에는 경제 모델의 대전환이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부동산·인프라 투자 중심 성장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 경제학자들은 소비 부양을 제시했지만, 중국은 소비 대신 생산을 택했다. 2014년 서방의 대러시아 기술 제재가 계기였다. 2015년 리커창 총리는 “연간 수백억 개의 볼펜을 만들면서도 볼펜 심은 수입한다”고 토로했고, 같은 해 ‘중국제조 2025’ 전략이 발표됐다. 10대 전략 산업의 기술 자립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딥시크 쇼크’는 이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2024년 글로벌 제조업 부가가치의 30%를 차지했다. 전기차의 72%, 배터리의 69%, 산업용 로봇의 54%가 중국산이다. AI 특허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볼펜 심조차 못 만들던 나라가 10년 만에 첨단 산업 선두에 올랐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치는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은 강력한 전력·디지털 네트워크, 방대한 이공계 인력과 숙련공, 고도화된 산업 클러스터를 갖췄다. 이런 인프라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중국은 이 모델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지난 10월 공산당 20기 4중전회에서 제시한 ‘중국표준 2035’가 그 청사진이다. 2035년까지 17개 첨단 분야의 기술 표준을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다. 기술 자립을 넘어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포석이다. 이 과정에서 공급과잉은 고착되고 무역 갈등은 상수가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태양광, 조선, 전기차에 이어 반도체와 로봇까지 값싸고 질 좋은 중국 제품과 계속 부딪혀야 한다. 가격으로는 이길 수 없고, 기술마저 뒤처지기 시작했다.
향후 10년 마주할 현실이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김영수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위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