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에서 조직의 생리와 자본의 논리를 이토록 정교하게 묘사하는 작가는 드물다. 2016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한 소설가 이혁진(46·사진)은 우리 시대 일터와 그 기저에 깔린 권력 구조를 추적해 온 ‘현장형 리얼리스트’다. 그는 조선소, 은행, 공사 현장 등 구체적인 공간을 무대로 시스템이 개인을 길들이는 방식을 치밀하게 기록해 왔다.그의 문학적 뿌리는 경험에 닿아 있다. 데뷔작 <누운 배>는 조선소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이익 앞에 무너지는 개인의 양심을 그렸다. 2021년 작 <관리자들>은 공사 현장의 부조리와 책임을 회피하는 관리 시스템의 민낯을 고발했다. 2023년 출간된 최신작 <광인>은 위스키와 음악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광기로 변모하는 파멸적 욕망을 해부하며 작가적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혁진 소설의 동력은 압도적인 사실주의다. 그의 소설은 시스템이 개인을 삼키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간성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묻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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