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실과 내부 비리를 신고한 이후 인사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직원의 행위를 '공익신고'로 인정하면서도 인사평가 결과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손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임수희)는 롯데칠성음료신용협동조합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2015년 조합에 입사해 차량정비사업팀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8년 팀장과 파트장, 공장장에게서 '영업용 업무 휴대폰을 A씨 명의로 개통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따랐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로 휴대폰 요금을 정산받지 못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조합 이사장에게 이 사실을 신고했다. 이듬해 1~2월엔 명절 때 부품 거래선에 현금 상납을 강요하는 등의 각종 팀 내부 비리도 신고했다.
문제는 신고 이후에 발생했다. A씨는 입사한 다음 약 6년간 단 한 차례도 인사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지 않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진 상황이 달라졌다. 조합 인사평가는 S·A·B·C·D 등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내부 비리 고발 이후 A씨에겐 세 차례에 걸쳐 C·D·D 등급이 부여됐다.
A씨는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내부 비리를 신고한 자신의 공익신고에 조합이 '불이익조치'로 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인사평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조합 본부장·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손해배상 액수는 하위 등급에 따라 받지 못한 성과상여금과 위자료 등을 종합해 약 4200만원으로 산정했다.
법원은 A씨의 신고 행위를 공익신고로 인정했다. A씨에 대한 인사평가도 불이익 조치라고 봤다. 하지만 '공익신고 때문에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고 인정할 만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신고 내용 중엔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인 신용협동조합법에서 징역·벌금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조합 임직원의 수뢰 행위가 포함돼 있고 A씨는 이를 조합 이사장에게 신고한 것이기 때문에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성과평가·동료평가 등에서의 차별과 그에 따른 임금·상여금 차별 지급을 불이익 조치로 규정한다"며 "인사평가 결과는 규정상 불이익 조치"라고 봤다.
다만 A씨가 공익신고와 불이익 조치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조합이 그간 1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직원에 한해 D등급을 부여했는데 징계 전력이 없는 자신이 이와 같은 평가 결과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마저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신고 이전에 C나 D의 하위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사실이나 특별성과급 등을 지급받아 온 사실들을 피고들이 다투고 있진 않다"면서도 "조합이 1개월 이상 징계받은 자에 한해 D를 준다는 A씨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인사평가별 사유들을 볼 경우 합리적 근거 없이 하위 평가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C등급을 받은 2021년 인사평가에선 A씨가 회계전표 190여건을 결재받지 않고 방치하다 일괄 결재를 올린 사실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는 양측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2022년 첫 D등급을 받은 인사평가 당시엔 사업장 내에서 다른 부서 파트장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을 발생시켜 주변 동료와 고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점이 사유로 명시됐다. 직원 간 친목 점심 자리에서 '내 말 한마디면 사업장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행위도 언급됐다. 퇴사자에게 7개월간 휴대폰 요금을 지급하는 실수를 저지른 사실도 함께 적혔다.
2023년 인사평가 땐 파트장·팀장·본부장이 각각 D등급을 부여했다. A씨의 팀장은 "조직 위계질서를 무시하며 상사·동료에 대한 기본예의, 배려 없음, 업무시간 내 자리를 자주 비우며 외부 통화횟수가 빈번함, 조직성과에 무관심한 태도와 조직원 간 갈등 유발의 언행이 자주 표출됨"이라고 썼다. 본부장은 "상사들을 봐도 인사를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근무태도 불량함, 외부기관 민원이나 법률적 문제화를 반복하는 등 반사회적 태도를 보여 동료 간 화합도 이루지 못하고 잇는 것으로 관찰됨"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은 재판을 통해 실제 A씨가 근무시간에 자리르 비우고 외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직원들에게서 자주 목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2023년도 인사평가는 A씨와 대립적인 직장 내 인사들에게서 D등급만을 몰아서 받은 것으로서 불합리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씨에 대한 평가 의견들이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제시된 A씨의 행위들에도 불구하고 A씨가 인사평가를 B 이상 받았어야 하는데 공익신고로 인한 불이익 조치로서 인사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할 사정이 없다"고 못 박았다.
A씨가 주장한 직장 내 괴롭힘도 사회통념에 비춰 볼 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법원도 인사평가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인정했는데 결국 이 판결은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며 "무엇보다 재판부가 인용한 법리처럼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형식으로 사건이 진행될 경우엔 원고가 공익신고와 불이익 조치 간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보복 인사임을 입증하려면 평가 기준의 일관성에 비춰 여기서 벗어났는지, 비슷한 근무태도와 성과를 보인 다른 직원들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신고 직후 특정 상사 라인에서만 반복적으로 하위 등급을 받았는지를 철저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도 인사평가 자체만으로 괴롬힘이 성립된다고 보긴 어렵고 반복성·모욕성·업무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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