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챗GPT
골프연습장 대표가 직원을 해고하면서 '공금횡령', '업무태만' 등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적은 통지서를 사무실 벽면에 부착했다가 형사처벌 받았다. 법원은 비록 사실이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한 행위는 '사실 적시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징계 사유를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공지하는 관행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골프연습장 대표 A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대구의 한 유명 골프연습장 대표인 A씨는 지난 2024년 8월 골칫거리였던 직원 2명을 해고했다.
A씨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해고 직원들에게 교부하기 위해 작성한 '해고 서면 통지서'를 사무실 벽면은 물론, 직원들의 근무 공간, 심지어 손님들이 드나드는 데스크 벽면에까지 보란 듯이 부착했다.
한 직원의 차트에는 "공금횡령, 카드깡", "조기퇴근 및 무단이탈" 등의 문구를 붙였고 다른 직원의 통지서에는 "동료 폭행으로 상해 입힘", "직장 내 괴롭힘", "대표 비방 및 욕설" 등 적나라한 사유가 날짜와 금액까지 상세히 기재됐다.
결국 피해 직원들은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일부 회사들은 내규에 따라 일벌백계 차원에서 벽보나 온라인게시판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징계 대상자의 이름을 올리고 징계 혐의와 처분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고지하는 회사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에는 인사권의 정당한 행사를 넘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대법원도 징계 담당 직원이 상급자 지시를 받아 징계대상자의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사내 게시판, 근무현장, 관리사무실 등에 공지한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히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 게시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법원은 "징계절차 회부 문서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의 왕래가 빈번하게 있는 장소에 게시됐다면 (위법성 조각사유인) '회사 내부의 공익'을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회사가 온라인 게시판 등으로 징계를 공지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명예훼손죄이 성립돼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며 "인사 조치는 가급적 당사자 간의 서면으로 이뤄지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