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시간이 흐르면 낡은 세포가 탈락하고 새로운 세포가 돋아나듯, 도시의 주거 공간도 수명을 다하면 재생돼야 한다.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가 준공된 지 어느덧 60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1세대 재건축을 넘어, 재건축된 아파트가 또다시 정비 시기를 맞는 도돌이표 위에 서 있다.그러나 지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재건축 현장은 ‘고장 난 시계’와도 같다. 개발할 빈 땅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 주택 공급의 유일한 해법은 재건축인데도, 현장은 깊은 갈등의 늪에 빠져 있다. 그 중심에 시대착오적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버티고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50%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도입 취지는 투기 억제였으나 지금은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제도가 가진 ‘징벌적 성격’과 ‘이중과세’의 모순이다. 최근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가구당 부담금이 최대 7억~8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이 나왔다. 이미 기부채납으로 공공에 기여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도 납부하는 상황에서 재초환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결국 부담금을 낼 여력이 없는 원주민은 삶의 터전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하고, 이는 곧 재건축 동의율 저하와 사업 무산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재건축에서 속도는 곧 비용이자 공급이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와 금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등을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 애쓰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킬러 규제인 재초환이 존재하는 한 현장의 체감 속도는 빨라질 수 없다.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135만 가구 주택 공급 역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사유화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공공성과 사업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공공기여, 임대주택 등 이미 충분한 환수 장치가 마련돼 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로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하는 건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다름없다.
재건축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올리는 토목 공사가 아니다.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제 국회와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택 공급의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재초환 폐지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지방정부 역시 투명한 정보 제공과 적극적인 갈등 조정으로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재초환이라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서는 글로벌 도시 경쟁 레이스에서 속도를 낼 수 없다. 재초환 폐지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선결 과제다. 멈춰 선 도시의 시계가 다시 힘차게 돌아가도록, 그 족쇄를 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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