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중앙은행(Fed) 의장을 포함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건 한 표뿐이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다수 의견이 나오더라도 의장이 반대하면 재토론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게 FOMC 관례다. 회의 후 마이크를 잡는 것도 의장이다. 그가 금리 인상·인하 배경을 언론에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자산시장이 요동친다.Fed 구성원은 금리 인상을 주창하는 ‘매’와 인하를 선호하는 ‘비둘기’로 분류된다. 베트남전쟁 때 주전파(매)와 반전파를 지칭하던 용어가 1970~80년대를 지나며 Fed 성향을 나타내는 말로 정착했다. 대표적인 매파는 1979년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1927~2019년)다. 그는 기준금리를 2년 만에 연 20%까지 끌어올리는 극약처방으로 15%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을 1%대로 낮췄다.
2006년부터 Fed를 이끈 벤 버냉키는 비둘기파의 전형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연 5.25%이던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린 것도 모자라 시중에 4조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까지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 연 1%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1980년 이후 Fed가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인상 이후 한 달간 달러인덱스는 평균 3~5% 오르고 S&P500지수는 5~10% 떨어졌다.
쿠팡 사외이사를 지내 한국인에게 익숙한 케빈 워시가 엊그제 새 Fed 의장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이다. 그는 딱 부러지게 매도, 비둘기도 아니다. 과거엔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전형적인 매파였지만 금리 인하를 고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교류하면서 비둘기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은 워시가 트럼프 지명을 받긴 했지만 맹목적 비둘기파는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은 선물가격이 하루 만에 31% 급락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5% 이상 하락해 9개월 만에 개당 7만달러대로 내려갔다. 한국도 신임 Fed 의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시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 원·달러 환율도 안정적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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