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기아자동차지부는 내부 소식지에 “정년퇴직자 증가로 조합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합비가 1.2%에서 1.0%로 인하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25년과 2026년 노조 간부의 상여금 등 임금 미지급액이 총 28억1300만원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지난해엔 노조 간부의 12월 성과급과 연월차 수당 지급이 중단됐고, 올해는 이달 설 상여금부터 지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금체불은 방만한 노조 운영 때문이라는 비판도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가 매년 정년퇴직으로 1000명 안팎씩 회사를 나가고 있지만 신규 채용 인원은 300~500명에 그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노조 재정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기아 노조 조합원은 2015년 3만1081명에서 2025년 2만5812명으로 10년간 5269명(17%) 감소했다. 현대차 노조도 비슷한 이유로 조합원이 줄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직된 고용과 생산체계를 고수하면 기업은 공장 자동화 등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조 현장의 로봇 도입은 국내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노조가 로봇 ‘아틀라스’ 투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들일 수 없다”고 경고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노조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쪼그라드는 현대차·기아 노조…조합비 대폭 감소

그렇다고 대기업이 고용 인력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 사업 분야 인력은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현대차 전체 정규직 총원은 2022년 6만4840명에서 2024년 6만507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자율주행사업 등 신사업 분야 연구개발(R&D) 직군 등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생산직 노동자가 대다수인 노조 조합원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 조합원은 2022년 4만6413명에서 2025년 4만2593명으로 연평균 1273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 조합원도 2만8226명에서 2만5812명으로 연평균 800여 명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들이 정년퇴직한 생산직 일부를 촉탁직(계약직)으로 재고용한 결과 조합원이 줄고 있다”며 “촉탁직 연봉은 정규직 신입 수준이어서 회사 측 부담이 덜하다”고 전했다.
조합원 감소는 노조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노조 일각에선 간부가 과도하게 많다는 비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조의 간부는 총 85명으로, 회사가 월급을 주는 법정 전임자(21명)를 크게 웃돈다. 노조도 재정난 타개를 위해 간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정년퇴직자 등으로 올해 조합비가 지난해에 비해 5억원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현대차·기아 노조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 로봇 도입 저지 등 글로벌 흐름과 어긋나는 투쟁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아 노조는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전임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회사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조의 행보가 결국 공장 자동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려대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노조 고용 보호 수준이 높고 노동시장이 경직될수록 기업의 로봇 도입 속도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제도 개선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 기조도 서서히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올해 노동 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은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곽용희/신정은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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