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재산이 지난달 21일 기준 처음 3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개인 중에선 최초 사례다. 최근 1년 사이 약 18조원 불어난 것으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한 결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최근 '이재용 금전운 뺏는 주파수'란 제목의 영상 콘텐츠가 조회수 300만회에 육박할 정도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개인 기준 주식재산 최고치를 거듭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역대급 반도체 초호황기가 예상되면서 이 회장뿐 아니라 삼성전자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증권가 실적 전망치를 종합하면 올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은 약 481조원, 영업이익은 약 162조원으로 예상된다.
범용 D램 가격 상승 전망뿐 아니라 올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본격적 생산되는 산업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HBM과 같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D램도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만 보면 연간 매출은 130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9조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업계 안팎에선 HBM이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같은 날 진행했는데 당시 양사 경영진은 자사 HBM4 경쟁력을 강조하느라 바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콜에서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고객사들이 자사 HBM4 성능에 대해 차별화됐다고 평가했다면서 이달 양산 출하가 예정된 상태임을 알렸다.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112억G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BM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에서 35%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고객사에선 내년도 물량의 조기 확정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2분기 안으로는 HBM4E 샘플 공급도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컨콜을 통해 고객사들 사이에서 자사 제품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이미 HBM4 양산을 진행 중인 만큼 HBM3, HBM3E에 이어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신했다.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이 회사 연간 매출은 지난해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으로는 처음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58%에 달했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HBM4 물량 중 3분의 2를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을 약 207조원, 영업이익 139조원으로 예상하며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50%대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HBM4의 대량 생산과 함께 범용 D램의 수익성 극대화가 맞물려 메모리의 최대 황금기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복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 관세다. 우리나라 반도체에 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추가 투자를 압박하는 메시지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백조원대 투자 계획을 이미 확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추가 투자 여력이 달리는 상황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추격도 변수로 꼽힌다. 이 회사는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5%대로 끌어올린 데다 네 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수들을 감안해도 올해 업황을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수요에 맞춰 물량 공급이 가능한 업체가 사실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뿐이어서다.
AI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를 통해 지난달 29~30일 나온 증권사들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 "두 기업 모두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호황 속에서 HBM 매출이 전년 대비 2~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 역시 지속돼 전사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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