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당내 주류 세력 재편을 둘러싼 권력 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흔드는 “2인자들의 반란”으로 규정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이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대 로마에서는 2인자, 3인자에 의한 반란이 빈번했다”며 “이번 사안의 정치적 본질은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판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을 표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함께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이번 합당 시도가 단순한 선거 유불리 계산을 넘어,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못 박았다.
이 최고위원은 합당 반대의 핵심 명분으로 ‘국정 안정’과 ‘노선 차이’를 제시했다. 그는 “국민은 이재명 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을 신뢰하고 있는데, 이념 색채가 강한 조국혁신당과 섞일 경우 ‘열린우리당 시즌2’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정책 갈등 요소도 조목조목 거론했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 공개념 ▲탈원전 정책 ▲대미·대일 외교 노선 등을 언급하며 “조국혁신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노선과 궤를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당이 독자 노선을 고집하며 대통령과 엇박자를 낼 경우, 당과 대통령 지지율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발생해 결국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다.
정 대표의 ‘밀실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도 “최고위조차 패싱한 독단적 결정”이라며 “민주적 선결 절차를 무시한 어떤 합당 논의도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 대표가 내세우는 ‘선거 승리를 위한 결단’이라는 명분에 대해 ‘절차적 민주주의 위반’으로 맞서는 동시에, 지도부 내에서 정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여권 내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신경전 정도로 해석됐으나, 이 최고위원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며 ‘대통령 수호’ 프레임을 꺼내 들면서 갈등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정 대표의 연임 도전과 조 대표의 차기 대권 행보를 조기에 견제하려는 친이재명계(친이계) 의원들의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도 읽힌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은 프레임을 바꿀 때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시간”이라며 합당 논의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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