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2일 14: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2차전지업계 전반에 자산 손상차손 반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가 길어지면서 2차전지 관련 설비투자(유형자산)를 집행한 기업들이 자산가치 현실화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80조2961억원, 영업이익 44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8.2%, 25.8% 증가한 반면 순손실은 5조4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9% 확대됐다. 이는 2차전지 자회사 SK온이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산가치를 현실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 약 4조2000억원의 손상을 인식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손상차손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포스코퓨처엠은 2024년 4분기 중국 합작법인 ‘절강화포’ 지분(926억원) 등 3209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중국 내 과잉 공급과 캐즘이 맞물려 중국 자산의 가치를 0원으로 처리한 것이다.
해외 완성차 업계에서도 ‘장부 정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전략 수정과 함께 195억달러(약 28조원) 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GM도 전기차(EV)·배터리 투자 축소 과정에서 지난해 약 76억달러(약 11조원)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다. 북미 EV 생산 능력 축소에 따른 자산 손상 및 공급업체 합의금으로 약 60억달러(약 8조7000억원), 오라이언(Orion) 조립 공장의 EV 전환 중단 등으로 지난해 3분기 약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 손실을 반영했다.
향후 국내 2차전지 기업에서도 공급계약 변경·가동률 하락 등이 이어질 경우 유형자산과 영업권 등에서 손상 인식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2년 전 손상차손의 주인공은 카카오와 같은 IT 플랫폼 기업이었다. 코로나19 시기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기업들이 당초 기대한 만큼 수익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영업권을 손상 처리했다. 이제 2차전지 등 제조 대기업이 자산가치 조정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다만 손상차손은 미래 현금흐름 전망 등 경영진의 판단이 개입되는 만큼 인식 시점과 규모는 기업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업황 악화 국면에서 대규모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해 향후 실적 부담을 낮추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 전략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대규모 적자를 선반영하면 이후 실적 개선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