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증편향과 정보 편식이 일상이 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한국 사회의 공론장은 점점 더 극단적인 주장과 감정적 대립으로 기울고 있다. 알고리즘이 선택한 콘텐츠만을 접하는 사용자들은 자신과 유사한 의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반대되는 시각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배척의 대상으로 소비된다. 그 결과 좌우의 이념 갈등을 넘어 세대와 성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균열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 구조는 합리적 토론보다는 감정적 공격을 부추긴다. 특히 정치와 미디어 영역에서는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단순화된 프레임으로 재생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86세대와 20대 남성을 상징적으로 대비시키는 구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고정된 구도 속에서 논리는 점점 자리를 잃고,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희미해져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두 사람이 뜻을 모아 한 권의 책을 펴냈다. 86세대 진보 언론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석 입학해 현재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윤정환 학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다. 세대도, 정치적 성향도 다른 두 사람이 ‘논리’라는 공통 언어로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 조합은 상징적이다.
두 저자는 2024년부터 2025년에 이르기까지 계엄 논란과 탄핵 이슈로 사회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졌던 시기를 함께 통과하며, 수차례의 토론과 원고 수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주장 그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 그 주장이 제시되는 방식이었다. 이념적 입장보다 근거가 있는지, 감정보다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지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핵심 조건이라는 인식이다.

책에는 흑백사고의 오류, 인신공격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등 일상과 정치 담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40가지 논리적 오류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돼 있다. 저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주장을 어떻게 검토하고 비판해야 하는지는 공유돼야 한다고 말한다. 논리적 사고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대화를 성립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정 진영을 옹호하거나 설득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분열된 공론장에서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을 다시 짚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주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며, 감정에 앞서 이성이 작동할 수 있는 토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념과 세대의 대립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두 저자가 제안하는 ‘논리’는 해답이라기보다 출발점에 가깝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최소한의 공통 언어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분열의 시대를 통과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논리적 사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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