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2일 14: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경력 요건을 없는 회계사를 대상으로 전문직 채용에 나섰다. 금감원 회계사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지원자 범위를 넓혔다는 설명이지만, 채용 형평성 문제와 실무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회계사 시험을 합격한 뒤 수습처를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이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4일까지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인력 채용 접수를 받는다. 회계사는 5급, 변호사는 4·5급 정규직으로 뽑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회계사 채용에서 경력 요건을 완전히 없앴다는 점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회계사 및 변호사 등 전문직 채용 시 경력 3~5년 이상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해왔다.
이번에는 변호사 채용에는 3년 이상의 금융 관련 실무 경력을 요구하면서도 회계사에 대해서는 공인회계사(CPA) 자격증만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무 수습을 거치지 않은 회계사도 채용 대상에 포함된다. 채용 공고 명칭도 기존 ‘경력직 채용’에서 ‘전문직 채용’으로 변경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사실상 신입 회계사를 대상으로 한 채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계사 채용 직급이 5급인 만큼 경력 회계사가 지원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채용 규모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차 전문직 경력채용에서 회계사 6명을 뽑았던 금감원은 올해 1차 채용에서 최대 3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2017년 이후 회계사 경력 채용을 중단했다가 2023년부터 전문직 채용을 재개했다.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와 회계감리 등 현안이 쌓이면서 회계 전문 인력 확충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타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채용 사례가 있는 만큼 업무 활용도가 높은 회계사 자격증을 지닌 지원자 풀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일부라도 해소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계법인 취업에 실패한 미지정 회계사가 매년 발생하는 구조 속에서 금감원이 흡수 창구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내부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신입 5급 공채 중 CPA 자격 보유자 비중이 줄어드는 현실도 이번 결정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력 없는 회계사를 따로 뽑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채로 입사하는 직원들은 1·2차 필기시험과 1·2차 면접을 모두 거쳐야 한다. 회계사 자격증 보유자에게 필기시험에서 10%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시험 자체는 동일하게 치른다.
반면 이번 전문직 채용에서는 경력 요건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두 차례 면접만 통과하면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내부에서 같은 조직에 동일 직급으로 입사하는 데 절차가 지나치게 다르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무 적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금감원의 회계 인력은 회계감리, 검사, 불공정거래 조사 등 고도의 실무 판단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는다. 회계법인에서의 감사 경험 없이 곧바로 투입되는 신입 회계사가 얼마나 빠르게 조직이 원하는 수준으로 전력화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고려해 이번 채용을 설계한 것은 아니다”며 “면접 과정에서 실무 이해도와 직무 적합성을 집중적으로 검증해 직무 역량을 기준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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