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임금 체불은 절도”라며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사업주 대신 임금 체불 근로자에게 지급한 ‘대지급금’ 중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6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급금 회수율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30%선이 무너졌다. 이에 대지급금 재원인 임금채권보장기금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지급금이란 기업의 도산·경영난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일정 범위의 체불 임금을 먼저 지급하는 제도다. 국가는 체불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대납 금액을 회수한다.
2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대지급금 지급 및 회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대지급금 지급액은 총 8조3328억원이었다. 이 중 정부가 사업주로부터 받아낸 누적 회수액은 2조4768억원에 그쳐 미회수 잔액이 5조8559억원에 달했다.
특히 회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20년 32.8%이던 누적 회수율이 2022년 31.9%, 2024년 30.0%로 매년 뒷걸음질 치더니 작년엔 29.7%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했다. 투입된 혈세의 70% 이상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회수 금액은 1792억6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대지급금도 6845억1100만원에 달해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회수율이 떨어진 건 경기 악화 탓도 있지만 ‘간이대지급금’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기업이 완전히 파산해야 대지급금을 지급했지만, 2015년에는 체불확인서만 제시하면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지급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대지급금 지급 건수(11만7003건) 중 간이대지급금 건수가 10만7134건으로 91.6%를 차지했다. 지급 금액(6152억원)으로도 전체의 90%에 달했다.
간이대지급금 부정수급액 적발액은 2021년 1억100만원에 그쳤지만 2024년엔 31억7500만원으로 30배 가까이 치솟았다. 작년 11월엔 고용노동부가 일한 사실이 없는 가짜 직원과 하청업체 근로자 등 49명을 동원해 허위로 임금체불 신고를 하게 하고 간이대지급금 3억3000만원을 부정으로 수급한 사업주를 검찰에 넘겨 구속하기도 했다.
대지급금 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지급금 회수에 민사 절차 대신 국세 체납 절차를 도입했다”며 “돈을 갚지 않는 사업주에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등 강화된 방안으로 회수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체불 사업주가 갚아야 할 돈을 정부가 세금으로 대신 내주고 다시 떼이는 꼴”이라며 “사업주가 법인에 책임을 떠넘기고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2조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체불 근로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1인당 체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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