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예측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8~2.0%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25년 1.0% 성장에서 반등한 수치지만 주요 경쟁국인 미국, 일본, 대만에는 여전히 미달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2년 만에 대만에 밀렸다. 12년째 ‘소득 3만달러 덫’에 갇혀 있다. 만성적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생산성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 51.1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24위에 그쳤다. 이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6위로 양호하지만 서비스산업은 27위에 머물러 제조업의 절반 수준이다. 산업별 고용유발계수는 서비스산업이 제조업보다 1.5배 높다.
서비스산업이야말로 실질적인 고용 창출의 핵심 축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과 고부가가치화는 우리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다. 마리나베이와 센토사 카지노 투자 유치를 통해 동남아시아 서비스 허브로 성장한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관광과 의료서비스의 융합,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하다. 한국은 세계 7대 전문 의료 인력 배출 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생산성 문제는 해외 사례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일본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총요소생산성이 가장 낮은 점은 ‘잃어버린 30년’의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 차이도 생산성 격차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고용 유연화, 창조적 혁신, 고숙련 인재 유치에 성공한 반면 유럽은 고령화, 생산 인구 둔화, 기업 규제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켰다.
저성장 이면에는 과도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며, 원격 진료와 차량공유 서비스 규제는 규제 공화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실효성 있는 규제 개혁을 지속 성장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와 부담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적 성장 페널티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 자산과 매출 규모에 따라 의무를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를 광범위하게 시행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계단식 규제’는 12개 법률에 걸쳐 총 345개에 달한다. 영미권 국가는 기업을 규모별로 세분해 누적 규제를 부과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여러 법률에서 규모 기준 규제가 중복 적용되는 독특한 구조로 기업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높은 임금 수준 역시 성장과 투자를 옥죄는 요인이다. 2024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5만900달러로 OECD 회원국 중 19위, 회원국 평균의 90%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제조업 상용근로자의 임금 총액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일본·대만보다 약 25% 높았다. 2011년 이후 한국 제조업 임금은 83% 상승해 일본의 35%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67%에 불과하며,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은 각각 57%, 44%다. 이런 기형적 구조는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않은 임금 상승, 강성 노조 중심의 연공형 임금 체계에서 비롯된다.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일부 강성 노조의 영향력은 기업의 투자 위축과 청년 고용 악화를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높은 임금과 경직적 노동시장으로 한국의 청년 체감실업률이 25%를 넘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 생태계의 활력 저하도 뚜렷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4년간 미국에서는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229개 증가한 반면 한국은 단 2개에 그쳤다. 기업의 도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생산성에 기반하지 않은 과도한 임금 상승을 억제하며,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을 벗어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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