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1대 5000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한 상황에서 학계를 중심으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들이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빼갈 경우 국내 플랫폼 업계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6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고정밀 지도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에 관한 논의가 중심적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놓고 해를 넘길 만큼 고심하는 중이다. 정부가 제시한 3대 핵심 조건은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등이 꼽힌다. 이 조건을 수용하면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글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반면 애플은 3대 조건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후적으로 서비스 과정에서 위반 소지가 드러난다 해도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이뤄진 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의 경우 전용 단말기나 사업장 내 보호구역 지정 등 인적, 물리적 보안 분야에 대해 두루 적합성 여부를 점검받고 있다"며 "국내에 설치한 데이터센터를 통한 서비스 제공을 기본으로 하면서 해외 소재 기업도 보안심사 등 사후 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이고 꾸준한 후속 절차에 대한 준수 여부가 담보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고정밀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지도·플랫폼·모빌리티·건설 등 8개 산업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약 150조~197조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반출 직후엔 국내총생산(GDP) 감소율이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 규모가 확대된다는 관측이다.
해외 기업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채택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외로 유출되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이용료 등 로열티 비용도 6조3000억~14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는 "(반출을 허용하면) 총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구성 면에서는 관련 국내 산업 위축과 해외 유출되는 로열티 비중이 가장 크며 보안 기대손실도 추가로 발생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해외 플랫폼 종속이나 선택 가능한 대안이 사라짐에 따라 나타나는 영향이 비가역적으로 누적돼 피해 증가를 가속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피해는 중소상공인, 영세업체들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혁신 역량과 시장 진입 역량의 저하로 인한 경쟁 구조 악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밖에 없는 만큼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내에선 국내 지도 반출을 강하게 압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 단체 컴페테레 재단의 생커 싱햄 회장(전 미 무역대표부 자문관)은 앞서 한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규제는 외국 기업에 한국 내 지도의 접근을 제한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급 지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국제적 모범 사례와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현 구글 플랫폼·디바이스 정책 부문 글로벌 디렉터는 지난해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를 통해 "외국인 관광도 지방 곳곳까지 더 활성화할 수 있고 소상공인들과의 접근성도 높아질 수 있으니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고정밀 지도 반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구글은 국내 여행 유튜버 중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빠니보틀을 동원해 지도 반출의 필요성을 알리는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자사 블로그를 통해선 "구글이 한국 정부에 반출을 요청한 지도는 1대 1000과 같은 고정밀 지도가 아닌 1대 5000 축적의 국가기본도"라며 "이는 정부의 보안 심사를 마친 안전한 데이터"라고 주장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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