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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인공지능(AI) 시대와 '가보지 않은 길'

입력 2026-02-03 14:25   수정 2026-02-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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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아크미스자산운용 대표

"위기는 기회다."

주식 시장에서 이토록 진부하면서도, 동시에 이토록 강력한 격언은 드뭅니다. 그러나 모든 위기가 동일한 무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부(富)의 기회를 안겨준 폭락장에는 하나의 공통된 전제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례 없는(Unprecedented) 충격'이라는 점입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작년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인류가 혹은 시장 참여자들이 '난생 처음' 겪는 충격이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진 것도, 세계 금융의 심장인 미국 주택 시장이 붕괴한 것도, 전염병 하나로 전 세계의 공장이 셧다운(Shutdown) 된 것도 당시에는 모두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시장이 처음 겪는 악재는 공포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러다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공포는 이성의 마비를 부르고, 결국 투매(Panic Sell)로 이어집니다. 주식 시장은 한 달 만에 30~40%씩 폭락하고, 길게는 1~2년에 걸쳐 반토막이 나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 지점이 투자자에게는 다시 없을 기회가 됩니다.

반면, '학습된 공포'는 시장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시장이 흔들릴 수는 있어도,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이슈와 관련해 유럽 전역에 관세 부과를 천명했음에도, 시장이 의외로 견고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설령 또다시 팬데믹이 도래한다 해도, 증시는 2020년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경험한 악재에 대해 시장은 빠르게 '내성'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미지(未知)의 법칙'은 기회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투자자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에 열광합니다.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의 고성장에 더 이상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이머징 마켓의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 증시가 보여준 꾸준한 우상향은 '검증된 변화'로서 신뢰를 받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미지의 변화'인 인공지능(AI) 혁명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닷컴 버블이 그토록 거대했던 이유는 인류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대변혁을 맞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지성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술의 등장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으며, 고용 시장과 개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습니다.

증시는 이러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여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6000조 원을 돌파하고, 삼성전자가 1000조 원 시대를 연 것은 과거의 잣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의 가격표입니다.

물론, 이 열풍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주가 수준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투자자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이 거대한 기술적 진보에서 너무 일찍 뛰어내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탐욕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크기를 과소평가하는 성급함입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끝나기 전까지는, 섣불리 우량주를 손에서 놓지 않는 '현명한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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