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유 전화 받다가 일을 못 해요. 전화문의만 끊임없이 와요."
3일 오후 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돈의동 귀금속 거리의 한 금은방 점주인 A씨(57)는 늦은 점심을 먹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금값이 평준화가 되어야 손님이 많은데 들쑥날쑥하면서 시세만 묻는 사람만 많아졌다"며 "시세 문의 전화가 많이 오지만 의미 없다. 지금 실시간으로 시세가 변동해 전화로 묻고 오셔도 또 다르다"고 부연했다.
A씨가 있는 귀금속 상가에는 총 8개 매장이 입점해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당시 상가를 방문한 손님은 1명뿐이었다.

이날 귀금속 거리의 소매상들은 '금값이 치솟던 지난주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금값이 떨어진 영향이다. 종묘 시민광장 맞은편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곽모씨(63)는 "금값이 떨어지니 거리가 조용해졌다"며 "금값이 계속 올랐을 때보다 절반 정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99.99_1kg) 시세 낙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금 시세는 지난달 30일 6.23% 떨어진 데 이어 전날 10% 급락했다. 전날 금 시세는 1g당 22만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이날 국내 금 시세는 전날보다 3.68% 소폭 상승해 오후 3시 50분 기준 g당 23만6090원으로 거래됐다.
이번 금값 폭락 사태는 상대적으로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촉발됐다. 시장 분위기가 달러 강세로 급변하면서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국제 금값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9.5% 급락한 이후 지난 2일(현지 시각)에도 전장 대비 3.8% 하락해 온스당 4679.5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이 떨어지면서 국내 금값도 함께 추락한 것이다.
돈의동 귀금속 거리는 한산했다.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 점주보다 호객 행위를 하는 점주들이 많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금은방 점주들과 통창을 사이에 두고 쉽게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면 점주들은 곧바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점주들은 바로 시선을 거두고 행인을 바라보면서 다른 고객을 물색했다. 반대로 스마트폰만 빤히 보거나 엎드려 누워있는 직원도 있었다.

35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한 50대 후반 한승구씨는 시세 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고객을 맞이했다. 한씨의 스마트폰에서는 "매입 가격 얼마예요?", "600만원이요? 감사합니다"는 대화가 오고 갔다. 한씨는 "아무래도 지금은 관망하는 쪽이 많다"며 "여기에서 더 떨어질 거란 생각 때문에 구입 문의가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한씨는 지난 '금테크 열기'를 전례 없던 일이라 평가했다. 한씨는 "35년간 이 업계에 있었지만 금값이 올라 이렇게 시장이 뜨거웠던 건 걸프전 때를 제외하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씨는 "콩알금은 금값이 떨어진 것과 무관하게 비슷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금테크가 떠오르면서 궁극적으로 금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콩알금을 사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이 오를 때 금 매입·판매 거래가 모두 잘 된다는 게 귀금속 소매점주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40대 귀금속 소매점주 B씨는 "금값이 떨어질 때 사람들이 사야 하는데 사질 않는다. (사람들이) 값이 더 떨어질까 봐 못 사고, 파는 사람은 값이 떨어지니까 안 판다"며 "지금 사람들이 없다. 매장 한산한 걸 봐라. 며칠 전에는 대학생들도 와서 금을 사 갔는데 며칠 사이에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반면 귀금속도매상가에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있었다. 30대 도매상가 직원 B씨는 "금값 등락이 있어도 도매는 계속 (사람들이) 사니까 큰 변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금 도매 상점 점주인 C씨 또한 "일반 소비자는 받지 않고 업자들만 받고 있다"며 "업자들 사이에는 큰 변화 없다. 콩알금도 계속 팔린다"고 전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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