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정명훈. 이들은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지휘자로도 빛났다. 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인 18세에 우승한 1988년생 김선욱도 그 길을 따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으로 적었을 정도로 지휘자는 그에게 확고한 꿈이었다.
김선욱은 “피아노와 지휘를 같이하기로 했으니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취미를 버렸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란 그의 말엔 음악에 대한 집념이 담겨 있다. 한국경제신문 아르떼가 김선욱을 만났다.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던 지난해 여름 경기아트센터에서 퇴근하던 그를 만나 나눈 이야기와 지난달 주고받은 서면을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탐구했다.
“연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한다.” 김선욱이 2024년 1월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간담회에서 내놓은 지론이었다. 그는 악단과 단련하고자 똑같은 리허설은 피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빨리 극복할 수 있는 회복력을 높이는 겁니다. 갑자기 어떤 연주자가 컨디션이 나빠서 연주가 연습 때와 다르게 흘러간다, 그러면 거기에 모두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관객은 서울에 가지 않고서도 뛰어난 협연자와 합을 맞추며 발전하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건우, 조성진, 클라라 주미 강과 같은 한국 정상급 연주자뿐 아니라 빈필하모닉 악장을 30년 넘게 맡은 라이너 호넥, 파리 오케스트라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인 파스칼 모라게스 등이 경기도 무대에 섰다. 김선욱은 악단에 감사를 표했다. “경기필과 함께한 2년은 저에게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오케스트라의 행정을 배웠을 뿐 아니라 단원들과 신뢰감을 형성하고 원하는 소리를 찾는 과정을 배웠어요.”
본격적으로 지휘를 시작한 건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21년이다. 자신의 해석을 관철하고자 지휘자와 충돌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답게 그는 지휘에서도 주관을 강조한다. “원하는 흐름이 있어요. 소리가 없는 쉼표 한마디여도 그냥 소리가 없어졌다가 다시 시작해선 안 됩니다. 없어지는 소리 사이에도 긴장감을 비롯해 모든 게 있어야지 연주를 끌고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많은 음악가들이 쉼표가 나오면 호흡을 끝내버려요. 그럴 때마다 전 계속 강조하는 거죠. ‘그 안에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돼 있다! 쉼표가 나왔다고 연주자가 가만히 있으면 보는 사람도 중간에 숨을 쉬게 돼 결국 진행이 끊긴다’고요.”
그는 올해에도 서울시립교향악단, 영국 본머스 심포니, 타이베이 심포니, 이스라엘 필하모닉, 제오르제 에네스쿠 필하모닉 등을 지휘한다. 2027년엔 베토벤 서거 200주년을 맞아 다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음악가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모든 경제인이 일론 머스크처럼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미래를 규정하는 데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꼭 지휘해보고 싶은 꿈의 악단은 있지 않을까. 어릴 적 선망했다던 베를린 필의 포디움이라면? “오, 많은데 이야기 안 할래요! 10대엔 뭐하고, 20대엔 뭐하고 이렇게 정하는 게 많았는데 30대 후반이 되고 나선 현재에 충실하기 바빠서 계획을 짜는 것도 사치더라고요. 욕심을 절제하되 매일 루틴에 충실한 거죠. 피아노 연주도 하느라 정신없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이주현/김수현 기자
※건반과 포디움을 오가는 김선욱의 치열한 음악세계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는 지난 2일 발간된 아르떼(arte) 매거진 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