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상대에 대한 불신은 엔비디아 측에서도 터져 나왔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사이에 오픈AI와 지난해 9월 약속한 1000억달러 규모 단계적 투자 방안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픈AI가 우리에게 최대 1000억달러까지 투자하도록 초대해줘서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투자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확약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등 투자 약정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AI 생태계의 핵심 축인 두 기업의 의견 불일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AI 버블론’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이 커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두 테크 거인 간 불화가 자본시장의 주요 선수들이 AI 투자에서 발을 빼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순환 거래다. 빅테크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이 다시 그 돈으로 빅테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칩을 구매하는 구조는 매출을 부풀리는 ‘자본의 회전목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막대한 현금 소진율에 시달리고 있는 오픈AI로서는 가격과 유지비가 저렴한 추론용 AI 칩이 등장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픈AI가 지난해 9월 브로드컴과 협력해 자체 AI 칩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픈AI는 데이터 전송 속도에 강점이 있는 세레브라스와 그로크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고객들이 추론을 위해 엔비디아를 선택하는 이유는 대규모 환경에서 최고의 성능과 총소유비용(TCO)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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