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銀)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하루 만에 60% 폭락했다. 국제 은 가격이 폭락하면서다. 은 폭락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당분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은 선물 폭락에 은 레버리지 ETN '下'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 B,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N2 레버리지 은 선물ETN(H), 한투 레버리지 은 선물 ETN, KB S&P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메리츠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등 일곱 상품이 전일 대비 60% 하락하며 하한가에 마감했다. 이 상품들은 모두 해외거래소의 은 선물 지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해외 증시에서도 은 관련 상품 폭락이 줄이었다. 일례로 밀라노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은 가격을 3배로 추종하는 위즈덤트리 은 3배 데일리 레버리지(3SIL)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가치(NAV)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293.135달러에서 293.57달러로 77% 폭락했다.
은 상품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는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 B를 약 1조2982억원 순매수했다. 하한가에 마감한 전날에도 6744억원을 순매수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은 선물 가격이 급락해 관련 상품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CME) 산하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1.4% 급락한 온스당 78.53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80년 3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이 약한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차기 Fed 의장에 지명되자 유동성 우려가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자금 유입 중단, 은 선물 증거금 상향 조치가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 내 유일한 은 선물 투자펀드인 'UBS SDIC 실버퓨처스 펀드'가 투자 열기 과열을 이유로 하루 간 거래가 중단됐다"며 "은 펀드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그만큼 은 선물을 추가 매수해야 하는데, 거래가 중단되며 중국발 은 매수 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고 짚었다.
CME의 은 선물 증거금 인상도 급락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CME는 기존 9% 수준이었던 은 선물 증거금을 11%로 높였다. 2일(현지시간) 장 마감부터 증거금은 또 11%에서 15%로 인상됐다. 증거금을 유지할 수 없는 개인이 청산에 앞서 대규모로 매물을 쏟아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옥 연구원은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된 은 선물은 '케빈 워시'라는 작은 악재에도 취약해졌다. 이 점이 30% 급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케빈 워시' 지명 여파 관망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향후 은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안전 자산으로서 귀금속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점에 주목한다.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등은 유효하다. 지금까지 금과 은을 매입한 주체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이다. 이들 국가 중앙은행은 Fed의 독립성보다는 미 연방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개인들은 달러를 비롯한 모든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금과 은을 매입 중"이라고 말했다.
은은 귀금속이지만 산업재이기도 하다. 산업에서 활용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치솟아 이해관계자가 조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옥 연구원은 "COMEX는 뱅가드, 블랙록 등이 지배하고 있다.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에 나설 수 있다"며 "은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태양광 등 산업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한다. 귀금속 가격 상승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위협하기 때문에 금융 기관과 이해 관계자가 은 가격에 개입해야 하는 명분이 생긴다"고 밝혔다.
'케빈 워시' 충격 여파를 관망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지금 시장은 심리가 지배하고 있다. 케빈 워시 지명자의 과거 매파 성향이 차익 실현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케빈 워시 지명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Fed 통화 정책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지명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워시 지명자는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펼칠 전망이다. 일단 변동성이 완화기를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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